도서: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 글. 그림:이라하 /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한국 사회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글을 보면 ‘한국은 ㅇㅇ사회’라고 분석의 결과를 압축하여 나타내고는 한다. 이런 식의 제목으로 출판된 책들도 적잖이 있다. 언뜻 느끼기는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 이후에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이름 붙이는 유행(?)이 되지 않았나 싶다. 피로, 분노, 절망, 계급, 차별 등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우리 사회를 평가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부정적인 진단을 부정하기가 어렵다.

2020년 새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힘들다. 상황이 그다지 좋아지지 않은 것 같다. 애써 희망을 말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희망이 쪼그라드는 그 자리에 불안이 자리하며 우울이 뿌리를 내리면서 인간으로 가져야 할 존엄이 사라지고 스스로를 가치가 없는 존재로 여기며 아파하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광장지기의 직업상 여러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들이 많다. 그냥 지나치는 만남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제와 소통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함께 빚어간다. 그러다 보니 그 과정 가운데 속내를 듣게 되는 경우가 좀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누구도 고민과 아픔을 갖고 있지 않은 분들이 없다. 경제, 부부, 자녀, 건강, 진로 등등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사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정의롭고 공평하지 않은 사회 구조에 대한 분노 역시 크다. 분노와 함께 자신의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견고한 벽에 한없는 무력과 상실을 경험한다. 그나마 시민들이 연대함으로 견고한 벽에 실금이라도 생기기 시작한 것이 정말 다행이다.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서로 보듬어 줄 때가 아닌가 싶다. 이해하고, 이해받을 때 힘을 얻지 않을까 한다. 잘난 사람의 ‘너도 할 수 있어, 나를 봐!’하는 위로는 씁쓸하다. 허나 “네가 아프냐? 나도 아프다”할 때 눈물이 나고, 안심할 수 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하는 위로가 된다. 비록 절망의 끝자락이라도 혼자가 아니라면 손잡고 걸어 나올 수 있다.

 

광장지기는 우리의 마음을 어렵게 만드는 삶의 문제가 모두에게 있기에 ‘누구나 하나쯤 감춰둔 금두꺼비가 있다.’는 말로 표현한다. 다만 내 금두꺼비와 모양과 크기만 조금 다르다. 늘 꺼내놓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버겁다 느끼면 가끔 꺼내놓자. 또 꺼내는 분들 앞에 자신의 금두꺼비도 꺼내보자.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몇 년 전 정신 병동에 입원한 지인 면회를 다닌 적이 있었다. 처음 면회를 가면서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모른다. 머릿속에 온갖 상황들을 그려보며 갔다. 그러나 면회를 가니 아픈 영역이 다를 뿐, 일반 병원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이해가 없었는지 부끄러웠다. 지인 추천을 받아 도서관에서 구입한 만화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한마디로 이쁘다. 먼저 표지 디자인과 색감, 그림체가 이쁘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입견,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환자와 병동에 대한 바른 이해를 주기에 이쁘다. 짙은 사회적 편견의 안개가 아침 햇살에 사라지고 그리운 사람이 드러난다. 이제 정신 병동의 아침 햇살에 우리의 금두꺼비도 충분히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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