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에서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

 2월 1일에는 초중등 통합 9년제인 산학교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9년 동안 함께 지내왔던 아이들과 부모님이 떠나는 자리였다. 신종 코로나 19로 취소될 위기가 있었지만, 9년 동안 함께 학교를 만들고 일구느라 노력 많이 하셨던 부모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라서 그런지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대안학교 교사로 지내면서 가끔은 지치고 기운이 빠질 때가 있지만, 이렇게 졸업하는 자리에서 서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나누면서 학교에 대한 사랑과 새 학기를 위한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고는 한다.
 
 2월 21일에 개학을 하고 나서는 두 번째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나 공립학교 또는 다른 대안학교로의 전학 등 각기 다른 사정으로 산학교를 떠나는 아이들과의 이별이다. 갑자기 전학이 결정될 때에는 반에서 조촐하게 송별회를 할 때도 있지만, 서로 얼굴과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는 산학교의 송별회는 학교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이 나름의 원칙으로 있다.

 모두가 참여하는 송별회의 모습은 생각보다 딱딱하거나 복잡하지 않다.

잘 가’, ‘또 만나’, ‘보고 싶을 거야’와 같은 아쉬운 마음을 담은 인사말을 종이에 한 글자씩 정성껏 적어서 강당 벽을 꾸민다. 상에는 간식으로 나올 떡이나 과일을 올린 뒤 촛불을 켜둔다. 또 이별의 선물로는 교사회에서 준비한 선물 한가지와 학교 사람들이 한 장씩 쓴 편지를 모은 산학교 시그니처 편지 책, 마지막으로 아이들 모두가 부르는 노래(주로 “그대의 날”이라는 노래)가 있다. 물론 아이들이 각자 떠나는 친구들에게 선물과 편지를 준비하여 주는 경우도 있다.

 

 산학교 시그니처 편지 책은 무엇인가 하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길은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준비를 맡아서 하고 있는 녀석이다. A4 절반으로 자른 120g 짜리 색지에 쓴 편지를 모아서 머메이드 지로 표지를 만들고, 종이끈으로 단순하게 묶는 형식으로 책을 만든 것이다. 그 표지에는 단순하게 이름만 적어서 줄 때도 있고, 별명을 쓰는 교사들에게는 별명과 관련된 그림을 그릴 때도 있다.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물건이나 즐겨 입은 옷을 그려서 주기도 한다. 이 작업을 어쩌다보니 내가 맡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엄청 단순한 이유에서다. 그저 내가 그림 그리는 것, 특히나 사람 그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랄까.

 아이들에게 줄 편지책의 표지를 그리다 보면 늘 예상보다 많은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

떠나는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씩 생각해보면서 ‘아, 이 아이하고는 이런 일을 같이 했지’, ‘이 친구는 뭘 가장 좋아했는데-’와 같은 아주 자질구레한 이야기와 추억이 살포시 떠올라서 작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쉽고 또 언제 만날 수 있으려나 싶어 눈물이 찔끔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편지 책을 엮으며 헤어짐을 차근차근 준비하다보면, 이런 서운함과 아쉬움은 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누구를 처음 만나는 것보다는 잘 헤어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 인 것 같다.

헤어짐 속에는 서운함과 아쉬움을 넘어서 각자가 느낀 불편함과 속상함이 있을 때도 있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이렇게 그 동안 함께 쌓았던 추억을 하나씩 떠올려보며 곱씹어보면 ‘그래도 우리 잘 살아왔다’싶다. 또 산학교 졸업생, 전학생은 학교에 다시 잘 놀러오기도 한다. 장터며 졸업식, 중간 방학 때 종종 놀러와서 얼굴을 비추는 아이들이 있다 보니 헤어진다고 해도 아쉬움만 가득하지는 않다. 이제 산학교를 떠나 또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될 모든 친구들과 부모님들에게 어제보다 빛나는 오늘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잘 가, 또 만나, 보고 싶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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