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처음 오는 아이들 중에 간식을 싸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착 전 이동 중에 아이가 간식을 먹고 싶었나 봅니다.
아이 : 선생님, 간식 먹어도 돼요?
대장 : 어~ 먹고 싶을 때 드세요.
아이가 간식을 꺼냅니다. 간식은 포장되어 있는 과자였습니다. 과자를 먹기 위해 아이는 조심스레 봉지를 뜯습니다. 무사히 뜯은 봉지에서 과자를 더 조심스럽게 꺼내 먹습니다. 주변에 아이들이 있어 나눠주기도 하며 함께 먹습니다. 간식을 다 먹은 후 두 손에 남은 봉지를 쳐다봅니다. 대장 옆으로 다가와 이야기 합니다.
아이 : 선생님 쓰레기 어떻게 해요?
대장 : 응, 네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으면 돼요.
아이의 표정이 잠시 당황합니다. 잠깐 생각한 후 대장에게 손을 내밀며 가져가라는 시늉을 합니다.
대장 : 어? 네 건데 왜 나한테 주는 거야?
아이 : 가져가 주세요. 저는 싫어요.
대장 : 네가 싫어하는 것을 나 주는 거야?
아이 : ...
대장 : 나를 싫어하는구나?
아이는 대장의 말을 잠시 생각하고는 슬그머니 자기 주머니에 봉지를 집어넣습니다.

 

처음 숲에 온 아이의 경우 이런 상황을 자주 접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는 어른에게 쓰레기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아이는 스스로 챙기고 어떤 아이는 대장에게 주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몰래 버리기도 합니다. 방금 전까지 맛있는 과자를 담고 있던 소중한 포장지가 과자를 빼면 쓸모없는 쓰레기가 됩니다. 방금 전까지 꼭 내 것이야 했던 봉지가 잠시 후에는 꼭 남의 것이 되어야 하는 생각의 변화가 생깁니다. 왜 아이들은 봉지를 책임지지 않게 되었을까요?

숲에 버려 쓰레기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숲길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는 크지 않아 등산객이 실수로 떨어뜨려 버려진 느낌이 듭니다. 문제는 숲 안쪽입니다. 숲 안쪽은 숲길보다 더 많은 쓰레기들이 있습니다. 고의로 던져 버려진 쓰레기들입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도시숲의 어두운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왜 숲에 와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일까요? 숲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산을 찾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 것입니다. 그러니 교육이 부족한 것은 아닐 겁니다. 지금 당장 불편하고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 치울 것이라는 자기합리화식의 생각으로 쉽게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은 누구나 쉽게 합니다. 집은 지저분하지만 옷은 깨끗하게 입고 수납장은 어지럽지만 방은 깨끗하고 달고 짠 음식을 자주 먹지만 건강하다 생각하는 것도 자기합리화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진짜 문제가 없는 걸까요?

 

지저분한 집, 어지러운 수납장, 단짠 음식을 생활화하는 것은 느낌이 시키는 대로 살기 때문입니다. 느낌은 관계입니다. 행동 했을 때 느낌이 편하면 반복합니다. 반복은 습관적인 관계를 만듭니다. 올바른 관계를 맺지 못하면 올바른 느낌을 가질 수 없습니다. 신영복님의 책[강의]에 보면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양보하지 않는 현상을 관계로 풀어 이야기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와 내가 만난 적도 없고 다시 만날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볼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피차 배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략)
부끄러움은 관계가 지속적일 때 형성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절망적인 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황폐화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지속성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만남이 일회적이지 않고 지속적일 때 부끄러움이라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입니다. (중략)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없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사회적 가치도 세울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계가 느낌을 만듭니다. 느낌이 생기면 행동하게 됩니다. 사람간의 연결로 관계가 생기면 상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물건과의 관계가 생기면 소중히 대합니다. 사회와 관계가 생기면 주변을 소중히 대합니다. 자연과 관계가 생기면 숲을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 관계는 권리와 책임을 느끼게 합니다. 사람, 물건, 사회, 자연과 지속적인 관계가 생기면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릴 수 없습니다. 자연에는 쓰레기가 없습니다. 자연이 만든 모든 것들은 순환하며 스스로 책임집니다. 아이와 자주 숲에 가셔서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연을 닮은 지속적인 관계는 아이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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