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회관 부지를 어떻게 할지, 주민이 아닌 부동산개발업자에게 물어보는 시장

 
지난 회기에 시정질문을 못하게 되어 서면으로 질문을 했습니다. 한 가지는 노인병원 위탁기간 만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질문이었으며 다른 한 가지는 우리 시의 개발에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4월 30일자 언론에 ‘부천시-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 맞손, 부천종합운동장 역세권 등 수도권 랜드마크로 개발 추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제목 옆에는 부천시가 제공한 보도자료라고 표시가 돼 있었습니다. 종합운동장 역세권 개발이면 녹지훼손과 관련하여 한창 민감한 사안입니다. 우리 시는 그곳을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안을 발표해놓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수도권 랜드마크라니요? 산업단지가 랜드마크가 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기사 내용을 봤습니다. 서울 역삼동 ㈜MDM 회의실에서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우리 시가 개최한 설명회와 관련된 기사입니다. 종합운동장 주변만 설명회 대상이 된 것이 아니라 상동 영상단지, 그리고 시청 옆 문예회관 부지, 소사역 주변 등 4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설명회에는 KODA 임원 18명과 부천시 박종각 도시주택국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으며, 부동산 개발 분야의 전문가들인 KODA의 노하우와 기술적 자문을 받기 위해 부천시가 마련한 자리였다는 것입니다. 

KODA가 무엇을 하는 곳인데 우리 시 도시주택국장 등 간부공무원들이 대거 방문하여 자문을 받아야 하는지 의아했습니다. 기사에는 KODA가 ‘국내 주요 대학의 부동산 관련학과 교수와 국토연구원장 등 연구전문가를 비롯해 법조계, 금융계 관계자가 자문·전문위원으로 참여한 비영리 법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문·전문위원에 대한 설명이고 실제 협회의 구성원은 200여개의 부동산개발사업자들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부동산개발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디벨로퍼업계의 권익향상’을 위해 설립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시 간부 공무원들이 이런 분들을 모셔놓고 우리 시의 미래재산에 대해 브리핑을 해 주고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 자문까지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분들을 찾아가서 무슨 자문을 받았을까요? ‘부동산 시장의 시각을 점검해 보고 공공성과 수익성이 균형을 이루는 맞춤형 개발방안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설명회라고 답변했습니다.

이 일은 우리 시의 미래계획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상 부지 중 영상단지에 대해서는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문기관의 용역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종합운동장역세권에 대해서는 9억 원이라는 용역비가 편성돼 있기도 합니다. 나머지 두 곳의 개발 이야기도 처음 나온 것이 아닙니다. 전문 공공기관의 용역을 토대로 차분히 진행하면 될 일입니다. 자체 계획을 마련하기도 전에 수익성 위주로 판단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 시의 미래자산을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실물시장의 동향을 아는 것도 필요해서 벌인 일이라 치더라도 자랑스럽게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해야 할 일인지도 의문입니다.

이 날 설명회에 사용한 자료를 받았습니다.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위에 붙인 사진이 나옵니다. 시청 옆 문예회관 부지를 매각한 후에 이 땅에 들어설 건물의 상상조감도입니다. 3층까지는 상가건물이고 그 위로 주거용 오피스텔 6동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습니다. 대충 봐도 50층은 넘습니다. 문예회관 부지를 팔면 이런 건물이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회기에 이 땅의 일부(호텔부지)를 매각하게 해 달라는 안건을 부결시켰습니다. 시청 주변 중동주민들은 문예회관 대신 이런 마천루가 들어오는 것을 납득할 수 있을까요? 작년에 도시계획을 작성하면서 시민들을 참여시키고 의견을 듣는 모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시민들은 녹지가 어우러진 환경도시를 최고의 목표로 꼽았습니다. 그런데도 시 담당자들은 그 도시계획을 통해 종합운동장 주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수익성 있는 개발을 하겠다는 의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땅 팔아서 하겠다는 사업이 무엇인지 정확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땅을 팔면 그 땅의 원래 용도인 문예회관 대신 어떤 건물이 들어오는지, 문화시설 대신 고층 주상복합이 들어와도 좋은지, 그래서 주거여건이 더 열악해지고 경관이 나빠져도 좋은지 주변 시민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땅을 팔아 수익을 내는 부동산업자들과 다르고, 수익성 위주로 땅을 개발하는 부동산재발업자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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