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타임슬립(time slip) - 1796년 5월 14일,

며칠 전 하던 일의 일정이 늦어 택시를 타게 됐다. 직장 앞까지 택시를 부르고 택시를 탄 순간 기사님이 조용히 말했다.

“손님, 마스크 없으세요? 두고 오신 거면 (마스크) 가져오세요. 기다릴게요”.
“앗. 잠시만요.”
계단으로 올라가 급히 마스크를 가져와 숨차하는 내게 기사님이 다시 물었다.
“급하신가 봐요. 무슨 일 있으세요?”
“수업에 늦어서요. 죄송합니다.”
“선생님이세요? 무슨 과목 가르치세요?”
“학원이나 도서관, 시민단체 등에서 역사 수업합니다.”

이야기를 이어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고 결국 두 사람의 신세 한탄이 이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없어 죽겠습니다. 손님도 힘드시죠?”
“저도 계속 수업 못 하다가 이번 주부터 어렵게 수업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정 체크를 잘못해서 늦었어요.”
“코로나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백신이라도 빨리 개발돼야 하는데 힘든가 봐요.”
“기다리면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언젠가 코로나도 백신이 개발되어 천연두처럼 인류가 극복하게 되겠죠.

▲ 제너 (출처-위키피디아)

 천연두는 현재 사라진 전염병이다. 1980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완벽하게 사라졌다."라고 선언하였다. 1977년 아프리카 소말리아를 끝으로 지구상에서 새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연두가 인류를 괴롭힌 시기는 매우 길다. 천연두는 기원전 3세기경 만들어진 이집트의 미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신대륙 발견으로 이주해온 유럽인들이 묻혀온 천연두 바이러스로 100만 명 이상의 원주민이 사망하였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천연두로 인해 매년 40만 명이 사망하였고, 20세기에는 약 3억~5억 명 정도가 천연두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두는 치사율만 높은 것이 아니라 흔히 ‘곰보’라고 하는 얼굴에 깊게 파인 흉터 자국을 남겼다.

 이 무서운 천연두에 대한 백신이 최초로 접종된 것이 1796년 5월 14일이다.
 천연두의 백신을 개발한 사람은 영국인인 에드워드 제너이다. 제너는 1773년 고향에 병원을 개업했는데 이 지방에서 우유 짜는 부인들은 얼굴에 ‘곰보’ 자국이 적었다. 직업상 소와 접촉이 많았던 이 부인들이 소의 질병인 우두를 경험한 이후에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연구를 시작한 제너는 1796년 5월 14일, 채취한 우두 고름을 8세 소년에게 접종하고, 6주 후 천연두 고름을 접종하여 천연두에 걸리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제너의 이 예방접종을 우두법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영국 왕립학회에서 거부당했었다. 그러나 우두법의 가치는 빠르게 증명되어 제너는 우두법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었다. 우두법은 이후 유럽과 미국, 그리고 세계 전역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라틴어로 암소를 바카(vacca)라고 하는데 이 단어로부터 백신(vaccine)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제너의 우두법 때문이다.
 제너의 우두법을 이후 종두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870년대 지석영에 의해 종두법이 들어와 1894년 이후 국가에서 종두소를 설치하여 종두법을 시행하였다. 종두(種痘)라는 말은 천연두(痘)를 심는다(種)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염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하여 약한 균을 접종하는 예방접종으로 처음 실행된 것이 바로 종두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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