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송곳’의 최규석 작가를 만나기로 한 날은 올 여름 들어 제일 무더운 날씨였다. 최규석 작가는 훤칠한 키에 날카로운 눈매와 인상이 모델 같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온 남자는 큰 키에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이었다. 어시스트인가, 단정 지었더니 정필원 작가라고 소개했다.

최규석 작가는 서글서글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절도 있게 말했다. 그와 상반되게 행동은 자유분방했다. 턱을 괴기도 하고 가부좌를 트기도 한다. 그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기 좋았다.

송곳은 외국계 대형마트 안에서 벌어지는 부당 해고와 그에 대항하는 노동조합 운동을 그리고 있다. 이름만큼이나 날카롭고 보는 내내 아프다. 그리고 매회 소름이 돋는다. 제목을 소름으로 지었으면 어땠을까 란 물음에 최규석 작가와 정필원 작가가 웃음이 터졌다.

“소름 이상하잖아요. 작품을 보고 소름이 돋을지 안 돋을지 모르는데 소름이라고 지으면 안 되죠. 제목은 연재 시작되기 3개월 전에 떠올랐고요. 몇 년 동안 제목이 안 나왔었죠. ‘송곳’ 어감이 좋잖아요. 부르기 좋고. 뾰족뾰족한 이야기, 주인공도 뾰족뾰족하잖아요.”
하고 싶은 마음과 하기 싫은 마음 사이에서 팽팽하게 줄다리기 하다가 ‘하고 싶다’ 로 이끌렸다. 2008년부터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구고신이 주인공이었어요. 그러다 송곳이 나오기 한 달 전 스토리를 뒤집었죠. 프롤로그를 뺄까하다가 너무 아까워서(웃음), 살렸어요.”
세상을 해탈한 듯 신선을 닮은 구고신과 올곧은 본성을 잃지 않고 밀어붙이는 이수인은 어울리지 않은 듯 어울린다.

최규석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핍진성(실물감-lifelikeness, 즉 텍스트가 행위, 인물, 언어 및 그 밖의 요소들을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이 강하다. 그래서 영향력이 있다. 영향력 때문에 두렵진 않은지 궁금했다.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제 작품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굉장히 좋은 사람으로 볼까봐 두려워요. 저를 인격자나 지적인 인물로 상상할까 봐요. 신사적으로 생각할까봐. 그게 무섭죠.”
평소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릴 때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버리게 되었다고 한다.

소재자체가 사람들에게 친숙하지 않다. 보다 친절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으면 흥미는 떨어진다. 이를 적절히 조율하는 게 힘이 든다고 한다.
최규석 작가는 “비판한다고 해서 재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비판을 안 하면서 재밌게 만드는 게 더 어려워요.” 라고 말했다.

“송곳을 보고 항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아이디, 블로그, 이메일을 공개하지 않았거든요. 댓글로 의견이 나뉘는 건 봤어요. 주변지인들에게는 그런 지적을 받아요. 너무 가르치려들려는 거 아니냐, 편향적인 거 아니냐. 반성하죠. 편향적이거나 가르치려들려는 게 눈에 띄어서는 안돼요. 왜냐하면 굉장히 편향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웃음) 자연스럽게 녹아있어야 하는 거죠. 그게 제 역할이고.”

‘중학생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하면서도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송곳에서 노동문제를 다루는 이유는, 그가 가장 답답해하는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사회진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한국엔 없는 듯해요. 예를 들어 ‘친일파를 척결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며, 그로 인해 국민들의 삶의 질은 어떻게 변하는지를 말해주지 않아요. 구호만 외쳐요. 피상적이죠. 구체적이고 확실한 문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근무환경이 상식 이하이기 때문에 노조가 생기는 거죠. 노조에 대해 사전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노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에서 노조를 만들자는 말이 나오려면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여야 하는 거예요. 실제로 세상만 그런 건 아니죠. 인간관계에서 선을 살짝 넘어갔을 때 나올 수 있는 반응들…. 가족이 그럴 수도 있고, 친구 간에 그럴 수도 있고, 학생과 교사 간에도 그럴 수 있죠.”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으니 최규석 작가는 “묻지 않으면 답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 모습에서 능청스러운 구고신과 올곧은 이수인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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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법> 유명인을 만났을 때 -실전 편-

유명인과 인터뷰를 하는 건 두근두근한 경험입니다. 심장 터지지 마시라고 준비했습니다.

만나기 전
첫 번째, 유명인 신상을 캡니다.
괜히 유명인이 아닙니다. 이름만 검색해도 그와 관련된 인터뷰 기사는 꼬리를 뭅니다. 기사를 읽어보며 어떤 질문을 하면 재미있을지, 이야기를 더 끌어낼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구상합니다.

두 번째, 질문을 만듭니다.
중요해요. 하나의 질문에 10분 이상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도중 당황하지 않으려면 질문을 많이 만들어 가야해요. 안 그러면 역관광( 네티즌들이 말하는 은어로서 상대방에게 공격하려 하거나 공격을 했는데 오히려 자기가 크게 당하는 경우)당합니다. 하지만 처음에 인터뷰 대상자에게 공손한 자세를 취하면 그럴 일은 거의 없어요. 동방예의지국이잖아요.
자, 이제 준비가 됐다면 약속장소에 갑니다. 인터뷰 대상자보다 10분 먼저 도착하는 게 바람직해요.

만남
지피지기,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 있죠. 하지만 위험할 수 있습니다. 위험을 예방하기위해 제가 쓰는 말이 있는데요. “같은 질문으로 ooo선생님이 귀찮지 않도록, 검색해서 기사를 읽었습니다. 하지만 제 시선으로 제가 궁금한 것을 묻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같은 질문이 반복되더라도 이해해주세요.”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가면 됩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입니다. 참고만 하세요, 웃을 때.
사실은 대상자가 누구든, 인터뷰를 할 때 이런 준비는 필수예요. 인터뷰 시간은 인터뷰 대상자가 저에게 준 귀한 시간입니다. 귀하고 소중한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지 않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인터뷰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경청입니다.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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