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교조부천중등지회

 학교 현장에서 터져나오는 갖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채 등교개학이 시작되었고 우려스러운 상황이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부천 지역은 확진환자가 끊임 없이 발생하고, 다중이용시설 몇 곳과 대규모 사업장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광범위한 지역 감염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등교개학이 강행하며 27일 2차 등교개학을 추진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오늘(5월 26일) 긴급하게 고3을 제외한 학생들의 등교가 또 일주일 연기되었습니다. 등교개학과 연기만 되풀이해 온 지난 몇 달간 학교 현장은 혼란만 가중되었습니다. 이런 식의 임기응변식 등교연기만으로는 안 됩니다.

지금의 불안과 혼란은 입시 일정에 모든 것을 맞춰야 한다는 경직적 사고에서 나온 것으로, 생명이 입시에 뒤로 밀리는 비인간적 상황이 눈 앞에서 바로 보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입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과 전환없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혼란은 해결될 수 없습니다.

 전교조 부천중등지회(지회장 : 양서영)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모으고자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부천 관내 중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전교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였습니다. 이에 전교조 부천중등지회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성명을 내고 부천교육지원청과 경기도교육청에 전달하고자 하며, 부천교육지원청과 간담회를 요구하고자 합니다.

 


무리한 등교개학 강행 중단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 현장에서 터져나오는 갖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채 등교 개학이 시작되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상황이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다. 뉴스를 통해 듣는 교육부의 발표를 보면, 학교의 방역은 완벽하게 준비되었고 학생들을 위해서 등교개학을 실시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현장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분반 수업을 실시하는 학교는 거의 없었고, 교실 안에서 거리두기는 1m는커녕 50cm도 어렵다. 부천 관내 최대 과밀학교의 경우 한 학급이 33명이고 총 학급 수는 41학급이다. 고교학점제로 인해 선택과목별 이동수업을 하는 경우 한 교실에 37명이 동시에 수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브리핑도 생략한 채 공문으로 내려온 두꺼운 경기도교육청 매뉴얼을 보며 현장 교사들은 고3 학생들이 등교하기 바로 하루이틀 전에 방역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 계획에도 빈 곳이 너무 많아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교사들에게 개인적으로 방역물품이 제공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마치 고3을 제외한 학년의 경우 격일/격주제 등교 등으로 등교인원을 줄이는 것처럼 보도했지만, 현장에서는 교장의 자율에 따라 학부모/교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학교에서부터, 아예 의견도 묻지 않고 전원 등교로 시행하려는 학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런 와중에도 교육부는 일요일(5월24일) 속보로 ‘등교인원 3분의 2 안넘도록 권고’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사실상 의무 지침의 공문을 보내 각 학교들은 다시 등교방안계획을 세워야 했다. 이 모든 황당하고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교사들은 당장 등교할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방역과 수업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학생들이 등교한 첫날부터,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상황이 벌어졌다.
  먼저, 감염의 위험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너무나 많았다. 방역의 제 1조건이라 할 수 있는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 등교 시 발열 체크를 위해 줄을 설 때와 교실에서 시험대형으로 앉아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은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하교하는 길에서 학생들은 모여있었다.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교사들이 쉬는 시간, 점심 시간에도 조를 짜서 임장 지도를 하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한 학년만 등교한 상황에도 이렇다면 최소 한 개 학년 이상 더 등교하게 되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학생들은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들이 나타났다. 마스크를 8시간 이상 착용한다는 것은 어른들도 힘든 일이다. 천안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가 쓰러진 학생까지 나타났다.

  둘째, 부천지역과 인근 지역에서 확진자 발생이 끊이지 않은 상태에서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더구나, 37.5도 이상의 발열, 코막힘, 기침, 목아픔, 설사 등등의 증상은 평소에도 수시로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다. 이 증상들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하루에도 몇 명씩 발생하고 이 학생들은 선별진료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고, 유증상 학생들이 발생할 때마다 교사, 학생, 학부모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마찬가지였고 교사들이 선별진료소에 가고 결과를 기다리며 자가격리될 동안 수업과 학생지도에도 공백이 생겼다. 이것은 앞으로도 숱하게 벌어질 일이다.

 셋째, 방역업무를 하고 거리두기를 하느라 교육활동에 집중하기 어렵고 수업방법의 한계가 너무 커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수업을 하는 교사는 10분 이상 강의를 이어가기가 힘들고, 더위에 문을 열어놓아야 하니 다른 반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마이크를 사용하기도 어렵다. 학생들 간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일제식 강의 외의 다른 방식의 수업은 전혀 진행할 수가 없다. 이것이 과연 학생들을 위한 등교 개학이라고 할 수 있는가?

 넷째, 대체 방역을 위한 지원인력은 언제 제공되는 것인가? 현재는 보건교사 1인이 이 모든 상황의 담당자로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보건교사에게 코로나 관련 96개의 공문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금요일에는 9개 항목이 들어간 비상운영계획서를 월요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이 왔는데, 그날에도 학생들은 학교에 등교해 있었고 보건교사는 모든 유증상 학생 및 교사들을 관리해야 했다.

 다섯째, 교육청 지침이 불분명하여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실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렵고, 세부적인 사항은 학교장 재량으로 되어 있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방역책임은 담임교사에게 떠넘긴 채, 자가진단 제출 100% 달성에만 신경을 쓰는 관리자가 있는가 하면, 소독약을 분무기에 담아주면서 분무는 하면 안된다고 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섯째, 교사가 방역과 교육을 동시에 해낼 수가 없다. 학생 등교 시 발열체크, 교실과 특별실 소독 및 청소, 쉬는 시간 거리두기 지도, 점심시간 급식실 방역수칙 준수 지도, 공강 시 일시적 관찰실 상주, 교실 내 쓰레기 처리 등으로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학생들 수업, 상담 등을 병행해야 한다. 과연 질 높은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그 동안 교육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지침을 내려보내기만 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온라인 개학을 결정할 때부터 현장의 교사들은 답답하고 황당했지만 비상 시국에 학생들을 더 혼란하게 만들 수는 없어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등교 개학을 강행하겠다는 교육부를 보며, 교육부는 학생들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지금 현장에 필요한 것은, 무조건 등교 개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대학 입시 대책을 마련하고 등교 중지된 학생과 학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세밀하고 실현 가능한 방역 지침, 보건 및 방역 인력 충원이다.

실질적 대비 없는 등교 개학을 당장 중지하라.
방역을 위한 인력을 지금 당장 지원하라.
실현 가능한 방역 지침을 제공하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 입시 대책 마련하라.


2020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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