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고 여름을 향해 가는 5월에 아이들이 숲속 연못에 왔습니다. 연못에 가까이 다가 갈수록 물가에 잔잔한 움직임이 보입니다. 물 위에 소금쟁이가 다리를 움직이며 물위를 미끄러져 다닙니다. 소금쟁이의 움직임 말고도 주변의 물이 움직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무엇인가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아이들이 손에 잡고 있던 울타리 줄을 몸으로 최대한 밀어 쳐다보아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발이 먼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갑니다. 어느새 아이들 몸은 울타리를 넘어 물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물 안에 보이는 것은 수백 수천의 올챙이들입니다. 어느새 아이들은 물에 손을 담그고 있습니다. 발이 물에 살짝 빠져 신발이 젖는지도 모르고 집중합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립니다. “애들아! 울타리는 넘어가지 말라고 있는 거야!” 지나가는 어른의 엄한 한마디에 아이들 관심은 흩어지고 이유모를 죄책감이 남습니다. 아이들 표정에 아쉬움이 보입니다. 시큰둥하며 울타리를 나옵니다.

 

‘울타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울타리는 사전적으로 ‘풀이나 나무 따위를 얽거나 엮어서 담 대신에 경계를 지어 막는 물건’이라고 정의 합니다. 울타리의 주요 목적은 경계를 지어 놓는 것입니다. 과거 자연에는 울타리가 필요 없었지만 인간이 땅을 소유하는 개념이 생기면서 울타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경계는 소유만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 보존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도시에 있는 숲 속 연못에 있는 울타리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시에서 관리하는 연못으로 시민이 이용하는 것이니 소유의 목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깊이가 어른 무릎까지 정도인 연못이니 안전도 아닌 것 같습니다. 소유나 안전보다는 자연을 지키기 위한 보존의 용도이겠지요. 좀 더 확장해서 해석하면 욕심 많은 도시 인간의 손에서 연못을 지키기 위한 자연의 소유임을 알리는 경계일겁니다.

 

아이들이 울타리를 넘지 않는다면 자연이 보존 되는 것일까요? 단기적으로는 자연을 보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연을 보호하지 못합니다. 자연과 만나지 못한 아이들은 자연의 느낌을 가지지 못합니다. 자연과 함께한 기억도 만들지 못합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은 언제나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나 책 속의 지식처럼 생각될 뿐입니다. 자연과 관계를 맺지 못한 아이는 자연을 쉽게 생각하는 도시 인간으로 성장합니다. 그 중에 욕심 많은 도시 인간은 연못, 숲, 들판에 도로, 아파트, 공장을 세웁니다. 수백 마리의 개구리가 있어도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있어도 수만 마리의 곤충이 있어도 자연과 관계가 없는 어른은 돈을 위해 쉽게 자연을 없앨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의 관계가 깊지 않다면 자연을 없애는 일에 무심할 수밖에 있습니다. 자연에 무심한 결과는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재해로 오롯이 다시 사람에게 돌아옵니다. 어린 시절, 자연과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성장하며 깊은 관계를 맺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묻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울타리를 넘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요?  사회가 정한 방식으로만 살아간다면 아이는 스스로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자연의 흐름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아이는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평생 살아갈 것입니다. 사회는 발전도 후퇴도 아닌 항상 그대로를 유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에게 이야기 합니다. 세상의 변화는 선을 넘는 사람들의 혁신으로 발전해 왔다고 말이죠. 산업으로는 농업에서 공업으로 정보기술로 AI로 바뀌어 왔습니다. 체계로는 국가에서 종교로 과학으로 경제로 변화해 왔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오직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이 영원합니다.  항상 선을 넘는 사람들에 의해 기존의 산업, 문화, 제도 등을 모두 바꾸며 성장합니다. 아이들의 선을 넘는 호기심으로 세상은 변화해 갑니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는 환경이 매우 중요한 주제가 될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환경과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을수록 더 많은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느낌을 통해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속에 담은 자연의 느낌으로 삶을 살아갈 때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가 지금까지 믿어온 방식을 아이에게 무조건 지키라고 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선을 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덥기 전에 가족과 함께 숲에 가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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