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성폭력 문화에 깃든 감정 노동과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문제들
엠마 지음, 강미란 옮김 우리나비 출판사

  코로나19가 여전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해 지구촌의 모범으로 주목받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쉽지 않은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질본 그리고 의료진들의 수고와 시민들의 협조로 잡히는 듯싶다가도 다시 불씨가 살아난다. 바이러스 고놈 참 질기다.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에 우리의 삶이 중단되고 비상한 상황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런 비상한 시간을 통해 얻는 것이 없다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다. 위기를 기회로,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덕분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멈춰진 일상을 통해 익숙하게 스치던 일상을 낯설게 읽게 된다. 우리네 일상을 낯설게 읽으니 일상의 재해석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해야 한다던 일을 멈췄는데 하늘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아이들이 제때에 학교를 못가면 큰일 날 것으로 생각했는데(물론 어른들은 난리가 났다.) 온라인 개학과 영상 수업이라는 새로운 일상이 탄생했다. 화상 회의는 대기업에서나 하는 첨단 기술이었지만 여러 모임이 심지어 종교 집회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비대면의 새롭고 다양한 방식이 모색되고 있다.

  우선순위의 재편, 만남과 모임의 재편에 따라 결국은 사회 문화와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코로나를 전후하여 우리네 인식과 사고의 전환, 이에 따른 일상의 재편이 일어날 것이라 본다. 하여 혹자는 큰 변화의 단초가 된 이 상황을 68혁명에 비교하기도 한다. 광장지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코로나를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미 전과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건 그때 가봐야 알지 않을까?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일상에 변화가 왔고, 이런 낯선 상황은 우리로 익숙했던 현장에 질문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고민을 통해 본질을 찾아가는 기회를 준다. 한 번도 던지지 않은 질문 또는 애써 외면하고 피하던 질문에 이제는 강제라도 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임시 휴관 중인 도서관에 출근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와서는 안 되는 도서관에 혼자 앉아 붉은 표지의 <성폭력 문화에 깃든 감정 노동과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라는 부담스럽게 긴 제목, 제목에서 훅 치고 들어오면서 또 다른 결의 부담을 주는 그래픽노블을 본다. 지은이가 <다른 시선1,2>의 작가 엠마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우리나비’? 그렇다. 읽힐 책보다 읽어야할 책을 출판하는 한소원 대표님이 추천하던 그 그래픽노블이다.

  프랑스 작가인 엠마의 작품은 언제나 놀라움을 선사한다. 먼저는 프랑스 시민혁명과 68혁명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시민의식이 뛰어난 나라, 자유와 인권과 평등의 나라로 인식되는 프랑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차별, 성폭력 문화가 적잖다는 것이다. 하여 얼마나 뿌리 깊은 문제인지, 보편적 문제인지 다시 한번 놀란다. 또 하나 놀라는 지점은 내가 관심을 갖고 민감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구나 하는 점을 알게 된다.

이 그래픽노블은 ‘그럼 안 되지, 그렇기 한데….’ ‘꼭 해야 하는 역할’ ‘어느 경찰관 이야기’ ‘미셸 ‘ ‘사랑의 힘’ 이렇게 다섯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회 구조와 국가 조직에 대한 고발(대표로 경찰조직)을 포함하는데 이상하게도 K국의 검찰 조직이 오버랩된다. 읽는 분들 대부분이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감정 노동에 대한 부분과 마지막 꼭지인 ‘사랑의 힘’이 아주 많아 낯설게 다가온다. 질문에 대해 내 안에 답안 정리가 필요하다. 허나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고 동네 분들과 읽고 나눠보고 싶다. 엠마 덕분에 만나는 낯선 질문은 결코 혼자 풀 문제가 아니다. 우리 함께 읽고 풀어 보면 어떨까요?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