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놀이터에 모여 있습니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제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한 아이가 “놀자!”라고 말하며 다른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몇 번 아이가 “놀자!”하고 말하자 아이들은 놀이를 하기로 합니다. 놀이 종목은 ‘얼음땡’입니다. 얼음땡은 술래잡기의 일종입니다. 술래가 잡기 전에 ‘얼음’이라고 외치고 멈추면 술래에게 잡히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가 술래를 피해 ‘땡’ 해주면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놀이입니다. 아이들이 술래를 정하기 위해 가위 바위 보를 합니다. 술래가 정해지고 놀이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논쟁이 시작됩니다.

“야! 거기 까지 가면 어떻게 해!”
“아냐! 아냐! 거기 까지는 돼.”
“너 움직였어!”
“이 정도는 괜찮아!”
“그렇게 움직이면 안 되지!”
“그러기 없어!”

이건 맞다, 저건 아니다, 이건 된다, 이건 안 된다. 서로 일정거리를 두고 큰소리로 옥신각신하며 논쟁을 합니다. 결국 놀이는 신나기도 전에 금방 끝나고 말았습니다.

 

오래된 단체놀이에는 대부분의 어른들과 아이들이 알고 있는 보통 일반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놀이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새로운 규칙들을 추가하고 빼고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얼음땡에 ‘물총’이라는 새로운 룰을 넣습니다. 얼음이 된 친구에게 ‘물총!’이라고 외치며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면 ‘땡’이라는 규칙입니다. 술래에게 매우 불리한 규칙입니다. 한번 술래가 되면 술래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이런 종류의 규칙이 만들어진 것은 술래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반영된 것입니다. 놀이 중에 이런 규칙들이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다 계속 술래를 하던 아이는 놀이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게임을 접하다 보니 규칙도 다양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규칙은 여러 가지 생각과 활동을 할 수 있으니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규칙의 방향이 모두의 이익이 아닌 자신만의 이익으로 향하면 즐거운 놀이를 하기 힘듭니다. 한쪽에 불리한 규칙은 술래인 경우도 손해이고 술래가 아닌 경우에도 손해입니다. 술래가 아닌 지금 당장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되겠지만 놀이를 오래 할 수 없게 되어 결국은 손해가 되는 것입니다.

규칙은 말입니다. 말은 잘하지 못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몸보다 말로 즐기는 것 같습니다. 왜 요즘 아이들은 행동보다 말로 놀이를 하는 걸까요?

요즘 아이들은 아는 것이 많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배우는 것이 많고 주로 말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예의바름도 환경보호도 국영수도 몸을 보고 배운 것이 아니라 말과 화면과 글로 배운 것들이 많습니다.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며 칭찬을 상으로 받아왔습니다. 아는 것이 많은 것이 올바르고 우수한 모습으로 생각하며 아는 것이 부족한 아이는 말로 공격하고 경쟁에서 이기려합니다.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에서 진정한 앎이란 앞뒤 흐름과 현재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를 아는 것인데 정보의 양이 늘어남으로 인해 진정한 앎이 부족해졌고 정보 대비 행동 비율이 극적으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아이의 정보와 말에는 자신과의 관계가 빠져있습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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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공격하는 아이는 결국 친구를 잃고 자신도 잃게 됩니다. 주변에서 알려준 정보로 자신을 채우고 만들어 갈수록 자신은 없고 지식의 껍데기만 있는 텅 빈 모습을 발견할 뿐입니다. 자신의 텅 빈 모습을 가리기 위해 더 많은 지식으로 껍데기를 만들고 더 많은 말로 공격을 하는 악순환을 멈출 수 없게 됩니다.

심리학자 메라비안은 메시지 전달에 있어 자세, 태도, 표정 등 비언어적 요소가 무려 55% 차지하고, 음성, 억양 등 목소리가 38%, 말은 단, 7% 차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의사소통에 있어서 비언어적 요소가 말보다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와 말보다 몸을 이용한 소통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아이가 부모의 표정과 자세를 보고 감정을 읽고 느끼며 표현하는 경험을 많이 가질수록 사람에 대한 공감이 높아져 소통도 잘하고 놀이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은 몸으로 놀기 좋은 곳입니다. 문화적 사회적 정보가 적게 작용하는 곳입니다. 오로지 자연의 느낌만이 있을 수 있는 곳입니다. 자연의 모든 생명이 껍데기 없이 존재 자체로 열심히 살아가는 곳입니다. 가족과 ‘자연’스런 소통을 원하신다면 초록으로 물든 초여름 산이나 근처 공원으로 가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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