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이름만큼이나 ‘핫’한 그녀. 평범한 외모와 달리 사람들을 끄는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
톰, 이름만큼이나 평범한 그. 운명적인 사람을 기다리는 순정파 남성이다.
그런 썸머와 톰이 만났다.
 
영화 ‘500일의 썸머’는 톰의 시선으로 두 사람이 함께 보낸 500일을 기록했다.
썸머는 다채롭다. 익숙함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여자다. 그런 그녀에게 톰은 술에 물을 탄 듯, 밍숭맹숭한 존재일 뿐이다. 순수한 톰의 매력에 빠져들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톰은 사랑에 빠졌다. 썸머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썸머만이 자신을 구원해줄 거라 믿었다. 시큰둥한 썸의 표정을 수줍어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우연을 필연이라고 단정지었다. 사랑을 하면 콩깍지가 씌인다고 하지 않던가. 톰이 그랬다.

 
 
그렇게 290일이 되던 날 썸머는 톰에게 제대로 헤어지자 한다. 그리고 여전히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한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다니! 어장도 이런 어장이 없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톰의 입장. 톰은 사랑을 했지만, 썸머는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것뿐.
톰은 뒷통수를 맞은 것 같겠지만, 썸머는 전부터 의사표현을 했다. 톰은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서 썸머를 사랑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488일. 운명을 다신느 믿지 않겠다고 선언한 폐인 톰에게 썸머가 찾아온다.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말이다. 그리고 둘은 이야기한다.

“톰, 네가 옳았어. 식당에 앉아 도리언 그레이를 읽오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내게 와선 책에 대해서 물어봤어. 그리고 지금은 그 사람이 내 남편이고.”
“그래, 그래서, 뭐?”
“영화를 보러 갔다면 어땠을까, 점심 먹으러 다른 곳에 갔었다면. 내가 10분 늦게 도착했다면 어땠을까. 그건 그렇게 예정된 거였던 거야. 그리고 줄곧 생각했어, 톰이 옳았다고.”

운명을 믿지 않았던 썸머가, 운명의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톰에게 운명은 있노라고 말한다.
500일이 되던 날, 톰은 그가 바라던 직장으로 면접을 보러 간다. 거기서 여성지원자가 톰에게 말은 건넨다. 그렇잖아도 신경이 곤두선 톰은 여성지원자에게 쌀쌀맞게 대한다. 짧은 대화였지만 톰은 예감한다. 그리고 여성지원자에게 작업을 건다!

“전 톰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어텀이에요.”
 
톰에게 썸머(summer)는 가고 어텀(autumn)이 온 것처럼, 우리네 계절도 여름을 넘어서 가을에 다가왔다. 이 좋은 시기, 그리 우울해하지 말자. 짝은 분명히 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