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에겐 너무 ‘넘사벽’인 교육부

 
 
이번 주말 설악산 가자는 분이 있었습니다. 바쁜 것도 없으면서 바쁜 척하는 요즘의 생활 패턴 때문에 조금 고민을 했습니다. 가을 단풍이 절정인 설악산은 매력적입니다.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깊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완연한 가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침저녁으로 상쾌한 바람이 불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서늘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섰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계절의 변화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가을과 관련된 사진이나 글, 시, 노래들이 눈에 띕니다. 

파란 하늘과 쌀쌀한 바람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이쯤 무엇을 해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독서의 계절인 만큼 책을 읽겠다는 분도 있고, 운동하기 좋은 날씨라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설악산과 오대산, 지리산을 덮은 빨간 단풍을 보는 것이 최고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 때문에 앞으로 35년 뒤 우리나라에서는 단풍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진행된다면, 2050년 쯤에는 후박나무가 남한 전 지역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합니다. 가을마다 잎이 붉게 변하는 온대성 낙엽수는 사리지고 그 자리를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가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35년 뒤이라 모르는 일이지만 가을의 상징 단풍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립유치원이 교육부를 짝사랑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합니다. 짝사랑은 일방적인 사랑이라고 합니다. 보통 짝사랑 상대는 갑입니다. 사랑을 고백할 수 없는 정도의 인물이죠. ‘넘사벽’아라고 할까요. 그래서 짝사랑만 하면서 속만 태웁니다. 교육부가 사립유치원 입장을 이해한 사립유치원 재무ㆍ회계 규칙을 내놓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너무 순진했나요? 

지난 10월 7일 열린 ‘사립유치원 재무ㆍ회계 규칙 제정 공청회’에서 사립유치원 원장은 분노가 폭발하였습니다. 핸드 마이크를 잡고 울분을 토하는 원장님의 목소리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비애와 안타까움이 교차했습니다. “우리는 전문 데모꾼도 아닙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우리가 왜 바닥에 앉아 정치꾼이나 하는 구호를 외쳐야 합니까?” 외침에 공청회 곳곳에서 사립유치원 원장은 “사립학교법 개정 없는 재무·회계규칙 제정 즉각 중단하라!” “80%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즉각 보장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 교육부 온갖 정성을 드렸지만 ‘입법로비’ 올가미에 걸려 망신창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국회의원 출판기념회가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의 통로로 변질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습니다. 사립유치원연합회의 숙원 사업은 비현실적인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국회의원에게 읍소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 가서 책 팔아주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잘 했다는 것이 아니라 오죽했으면 원장님들이 출판기념회까지 쫓아다녔을까요?

왜 숙원사업이냐구요?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개정이 안 되면 사립유치원이 고사되기 때문입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유아교육자로서 길의 걷고 있지만, 비전, 희망도 없고 또한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엄살로 보는 분도 있지만 결코 엄살이 아닙니다. 명품가방 메고, 외제차 타고, 방학이면 해외여행 가는 원장이 뭐가 아쉽냐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일부이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을 공교육으로 만들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합니다. 국공립유치원 신증설이 마치 공교육의 완성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교육 전문가는 예산낭비 하면서까지 국공립유치원 신증설하지 말고 사립유치원을 국가가 매입해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도 합니다. 유아교육현장을 황폐화 시키는 정부를 향해 “국가가 사립 유치원 매입에 나서라”고 까지 합니다. 더 이상 못해 먹겠다는 것입니다.

온난화로 35년 뒤 단풍이 추억의 단어로만 남을 수 있습니다. 곧 “사립유치원”이라는 교육기관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출산으로 추측이 아니라 가능한 일입니다. 사립유치원이 존재하는 동안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짝사랑을 받아 주십시오. 유치원은 영리기관이 아니라고 매몰차게 내치지 마십시오. 짝사랑이 사랑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은 주고받는 거니까요. 오매불망 짝사랑했던 여인이 그리운 가을입니다. 사립유치원은 교육부를 믿고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과 함께 있어 투쟁보다는 사랑에 익숙한 원장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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