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선 김포공항습지와 부천의 미래

녹지율 전국 최저인 부천에서 재두루미, 황조롱이, 말똥가리, 큰기러기, 금개구리 등 법적 보호종만 31종이 살아 숨쉬는 생명의 보고(寶庫), 김포공항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녹지조성으로 시작된 사업, 이제는 녹지파괴로 변질된 골프장
김포공항 골프장 건설 계획은 10년 전부터 추진되어 2004년 11월 25일 국토부 차관 주재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 김포공항 골프장을 개발키로 결정하였으며, 2008년 4월 10일 골프장 건설계획이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2010년 11월~12월에는 경기도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였다. 현재는 27홀(서울 18홀, 부천 9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김포공항 골프장 예정지>
 문제는 당초 김포공항 골프장 건설 목적이 “환경훼손이 심한 국유지를 녹지조성이 가능한 환경친화적인 골프장으로 조성하여 환경보전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골프장 건설이 논의되는 김포공항 일대 995.896m2(약 30만평)은 국제공항을 만든다는 계획 하에 국가에서 매수한 땅(주로 농지)이다. 하지만 김포공항 골프장 건설이 처음 논의되던 10년 전만 해도 방치된 농지, 쓰레기 무단투기 등 “환경훼손이 심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생명의 보고(寶庫)로 변화된 땅
농지를 놀리고, 사람의 간섭이 줄어들자 김포공항 습지 일대 30만평은 생명의 땅으로 변화하였다.
 
<생명의 땅, 김포공항습지>
차를 타고 부천 도심을 통과하여 오정동을 지나 김포공항 방향으로 가다보면 넓은 대장동 들녘을 만나게 된다. 김포공항 때문에 개발이 제한된 대장동 들녘은 농지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인구밀도가 높은 부천 도심에 신선한 바람을 공급하는 바람 길 역할을 하고 있다.
 
대장 들녘 가운데 있는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 뒤편에 위치한 김포공항습지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멸종위기종 말똥가리,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멸종위기종이자 한국희귀종인 금개구리 등 법적 보호종만 31종이 서식하는 생명의 땅으로 복원되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곳은 원래 한강 하구의 대표적인 습지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을 개간하여 벼농사를 짓다가 사람의 손길이 끊이자 본래의 습지로 복원되었다는 것이다. 복원된 김포공항습지는 한강과 연결되고, 대장동 들녘을 배후지로 하여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지난 겨울 대장동 들녘과 김포공항습지 일대에서 ‘재두루미’ 10여 마리를 목격하고 가슴이 벅차오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재두루미는 ‘학’으로 불리며 천년을 장수하는 영물로 우리 조상들이 신성시하던 새이다. 그런데 환경이 열악한 부천에 천연기념물 재두루미가 찾아오다니 얼마나 복된 일인가?
 
며칠 전, 김포공항습지 시민조사단에 참가해서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멸종위기종 말똥가리가 공중에서 선회하는 모습을 몇 차례나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 달에는 시민조사단이 멸종위기종이자 한국희귀종인 금개구리 서식지를 여러 곳에서 발견하였고, 몇 달 전에는 부천의 고등학교 2학년인 S군이 김포공항습지에서 국제신종 ‘금가재거미’를 발견하여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도 하였다.
<천연기념물 제323호 황조롱이>
<국제신종거미 금가재거미>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금개구리>
<천연기념물 203호 재두루미>
 
돈이냐, 사람이냐? (골프장 건설의 허술한 논리)
한국공항공사는 생명의 땅인 김포공항습지를 파괴하고,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골프장 건설과 관련된 한국공항공사의 논리는 아래와 같다.
 
첫째, 2004년부터 시작되어 이미 많이 진행된 사업이다. 하지만 10년 전과 상황이 많이 변화하였고, “환경훼손이 심각하다.”는 사업의 전제 자체가 바뀌었다. 또한 골프장이 운영되면 맹독성 농약 살포로 인해 대장동 들녘의 환경도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둘째, 항공기 안전을 위해서 조류 충돌(Bird Strike)를 방지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가 제출한 자료에서도 2007년 21건, 2008년 15건, 2009년 18건, 2010년 14건으로 생태계가 복원될수록 조류 충돌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김해공항의 경우 낙동강 철새도래지 옆에 건설되었고, 공항 인근에 맥도 생태공원이 위치해있지만 그로인한 안전사고는 보고된 바 없다.
 
셋째, 서울. 부천 경계에 위치한 골프장은 한마디로 돈 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골프장 건설을 민간사업자에게 위탁할 계획이고, 김포공항 골프장은 연간 365억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김포공항 골프장은 습지 30만평을 영원히 복원 불가능하도록 밀어버리고, 수익만을 위해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것인데 인근에는 이미 뉴인천국제골프장(이격거리 11km), 서울한양골프장(이격거리 12km), 인천그랜드골프장, 뉴코리아골프장, 123골프장(이격거리 14km) 등 5개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민간사업자의 수익과 소수 골프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대체불가능한 습지를 파괴하고, 대체가능한 골프장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공공기관으로서 추악한 짓이다.
 
부천의 미래, 우리의 선택
생명의 땅인 김포공항습지가 파괴되고, 골프장이 건설되면 부천시민들은 생명의 땅 30만평을 잃는다. 대체공간을 만든다고 해도 환경에 민감한 금개구리는 사라지고, 재두루미와 큰기러기는 겨울서식지가 없어져 큰 곤란에 처하게 된다.
 
이제 김만수 시장과 부천시도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이미 부천시는 김포공항골프장 건설과 관련된 행정행위를 한 바 있으며 한국공항공사는 부천에 대체체육시설로 축구장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부천시의 행정행위는 김포공항습지의 생물다양성이 알려지기 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하여 문제제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부천시는 “소수를 위한 골프장 건설을 지지할 것인지, 어린이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 다수를 위해 김포공항습지를 보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포공항습지는 이미 생태공원으로서의 기본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적은 예산으로도 수도권에 위치한 중요한 생태공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이 부천 도심으로부터 20분 거리에서 재두루미, 황조롱이, 말똥가리, 큰기러기를 탐조하고, 금개구리, 맹꽁이, 한국산개구리를 관찰하고, 건강한 습지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제 그 선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천YMCA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김포공항습지 보전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으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골프장이냐 김포공항습지 보전이냐 하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그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p.s, 관심있는 분을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사항
1) 김포공항습지에 관심있는 분들은 다음카페 ‘김포공항습지’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양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2) 11월 1일(토)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전문가들과 함께 김포공항습지 생태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합니다. 참가할 분은 부천YMCA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3) 지난 몇 년 동안 생태환경연구재단, 시민단체에서 김포공항습지의 생명다양성에 대한 조사활동 결과가 11월초에 보고서로 작성되어 기자회견이 개최될 예정입니다.
4) 김포공항습지 보전을 위한 시민캠페인이 11월초부터 부천전역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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