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연 조합원 편

현재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의 최연소 조합원은 22살 부천 키즈 김시연 조합원이다. 지인의 사무실에서 콩나물신문을 읽고, ‘이 신문 괜찮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꺼이 조합원이 되어 거금 1만 원의 조합비를 용돈 지출 항목에 추가했다. 김시연 조합원은 32면의 신문을 꼼꼼히 읽으며 세상을 배우고 신념을 키웠다고 한다. “신념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는 청년 김시연의 성장과 생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신문을 좋아하는 이상한 학생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통일 글짓기 대회를 했어요. 은근한 자부심을 품고 써낸 글이었는데 입선을 못 했어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 고민 끝에 신문을 읽기 시작했죠. 처음엔 글만 빼곡한 신문 32면을 읽는 게 힘들었어요. 꾸준히 읽다 보니 제가 모르는 분야에 관한 지식도 많아지면서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눈을 뜨게 되었어요. 수업시간에도 신문을 읽다가 혼난 적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문을 열독하는 이상한 학생’이라고 불렸어요. 신문이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듯해요.

과도하게 냉철하며 비판을 많이 함

고등학교 때, 야간자율학습을 거부해서 선생님과 마찰을 빚었어요. 말은 ‘자율학습’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강제적인 ‘타율학습’이잖아요. 따지는 저에게 선생님의 대답은 더 충격적이었어요.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려면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다는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공립학교 선생님이 학생에게 사교육 수강 확인서를 요구해도 되냐며 항의했죠. 그래서 그런지 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한쪽은 ‘과도하게 냉철하며 비판을 많이 함’이란 문구가 적혀있어요.

이야기 중에 뭔가를 계속 적는다. 메모는 오랜 습관인 듯하다.
이야기 중에 뭔가를 계속 적는다. 메모는 오랜 습관인 듯하다.

 

소수가 아닌 전체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회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생회 임원에 지원했다가 1차 면접에서 탈락했어요. 나중에 보니. 전부 키가 크고 멋지고 예쁜 모델들만 학생회 임원으로 뽑힌 거예요. 그런데 더 웃긴 사실을 알게 됐어요. 임원의 임기가 1년으로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뽑힌 임원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거쳐 3년 동안 학생회를 장악한다는 사실이었죠. 그리고 학생회(student union)가 학생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치기구가 아니라 행사에 동원되고 선생님들이 시키는 것만 수행하는 ‘어용’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 뜻 맞는 친구들과 일찌감치 다음 학생회장 선거를 조심스럽게 준비했어요. 여러 친구의 불만이나 요구사항 등을 모니터링 하고, 매점이나 자판기 설치 등 우리에게 필요한 편의시설은 무엇이 있는지 조사해서 공약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1년을 조심스럽게 준비하여 학생회장 후보 등록을 했어요, 처음에는 저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했어요. 당시 경쟁 후보 두 명이 모두 현역 임원이라 인지도에서 떨어졌던 거죠. ‘소수의 학생회가 아닌 전체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회로 바꾸겠다.’라며 선거운동을 시작했어요. 상대적으로 여건이 불리했지만, 미리 준비한 5가지 공약을 걸고 열심히 설득해 나가자 점차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투표 결과, 700 : 200 : 150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학생회장으로 당선되었어요.

학생회장이 되고 나서 필요 없는 행사를 지양하고 공약을 이행하기 노력했어요. 공약의 이행은 대부분 학교의 협력이 있어야 했기에 행정실장님과 자주 마찰이 생겼어요. 한번은 아직 자판기 설치를 학교에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제 공약을 보고 학교운영위원회에 미리 안건을 올려 부결시켜버렸어요.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겨우 열람한 회의록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했죠. 그래서 저는 학생 대의원회를 소집했어요. 저의 공약에 대한 찬성 의결을 받아 학생들의 요구사항으로 당당히 학교에 보냈어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 공약을 실현할 수 있었어요.

 

지위나 자리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되죠.

학생회장을 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잘못된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표현만으로 부족하다는 점이죠. 표현은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표현이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정당이나 정치의 역할은 설득이죠. 설득을 통한 실현이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해 때론 어떤 지위나 자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그 지위나 자리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되죠.

저는 청년 정치인이란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잘 사는 청년, 힘든 청년, 성향이 다른 청년, 남자, 여자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잖아요. 그런데 모두 ‘청년’으로 뭉뚱그려서 선거 등에서 과도한 배려와 우대를 받아야 한다는 건 아닌 듯해요. 청년은 그 시대의 주인공이잖아요. 주인공이 왜 가산점이나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어요.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당을 불임 정당이라 하는데, 사람을 키워내지 못하고 수혈에 의존하는 정당도 불임 정당이 아닐까 싶어요. 1985년생 핀란드 총리 산나 미렐라 마린은 15살 때부터 정당활동을 했어요. 한국의 60대 국회의원보다 정치 이력이 길 수도 있잖아요. 어렵지만 우리도 바뀌어야 해요.

필요한 것은 관심

청년들도 뭔가 높은 벽이 있어 잘 안 된다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왜 안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직접 부딪쳐보고 바꾸려고 노력해야 해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기성이 꼭 벽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지역에 젊은 사람들이 없다 보니 오히려 도와주시려는 분들도 많거든요.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할수록 활동공간도 넓어질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잘못된 것을 표현하고 고치는 데 필요한 것은 “관심”이에요. 관심을 두고 찾아보면 길이 보이고 방법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게 사람일 수도 있고 법령이나 조례일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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