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콩나물을 만나다 - 조용환 조합원 편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총합이 0일 때, 운동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관성이라 한다.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출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처럼 운동의 상태가 변할 때 발생하는 물체의 저항력을 관성이라 말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의 삶 또한 관성의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은 다분히 관성적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삶의 양식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 만들어진 일상은 세월의 굴레를 따라 가속도가 붙으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바꾸고자 하나 체화된 관성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게 우리의 삶이다.

부천이란 도시와 인연을 맺은 지 3년여 만에 관성의 법칙을 깨고 삶의 방향을 전환한 사람이 있다. 이번 호 콩나물이 만난 조용환 조합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조용환 조합원은 교육 1번지라는 강남과 목동에서 오랫동안 학원을 운영하기도 하며 자부심을 가질만한 강사였다. 2017년 부천으로 이사를 한 계기도 학원을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역에서 한 사람 두 사람 만나면서 오래 잊고 지냈던 삶을 만나게 된다.

학생들과 민주시민교육 헌법 수업을하고 있는 조용환 씨 모습
학생들과 민주시민교육 헌법 수업을하고 있는 조용환 씨 모습

부천에 와서 삶이 바뀌었어요

“오래전에 학생운동을 했어요.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까마득히 잊고 살았죠. 부천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시작하다 보니,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는 크게 바뀐 게 없는 듯해요. 사회적 약자였던 사람들은 여전히 차별 속에 존재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도 아직 요원해 보여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정리하며 살아야 할까 고민했어요.”

오랫동안 사교육 시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던 자신의 정체성과 새로 나아가야 할 삶이 주는 괴리감에 고민의 골은 더욱더 깊었다. 고민 끝에, 앞으로 살아갈 자신의 삶에 후배 시민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의 삶을 함께 얹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여성청소년 단기 쉼터에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마침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걱정하던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었고 다행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그는 그렇게 지역과 시민사회에 스며들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람

키가 컸다면 운동선수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는 조용환 씨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한 덕에 지금도 다부진 몸을 가졌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단단한 마인드의 소유자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그의 성격은 함께 활동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밝은 에너지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힘든 적은 있었지만 슬펐던 기억은 없다고 말하는 긍정 에너지의 원천으로 어머니를 꼽는다.

“어머님이 늘 긍정적이셨어요. 항상 저를 지지해주시면서 혹시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내일을 위해서 더 노력하며 늘 웃으라고 하셨죠.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힘든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정말 행복해요.”

'콩나물, 콩나물을 만나다' 인터뷰 중인 조용환 조합원(왼쪽)과 권은숙 조합원(오른쪽)
'콩나물, 콩나물을 만나다' 인터뷰 중인 조용환 조합원(왼쪽)과 권은숙 조합원(오른쪽)

행복한 도전

“영국의 슈마허컬리지에 마을공동체 관련된 학과가 있는데 그곳으로 유학을 가는 게 목표에요. 그곳에서 공동체에 대한 가치를 배워서 역곡이란 동네에 실현하고 싶어요. 역곡에는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얘기들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누고 실천하고 싶은 분들이 몇 분 계셔서 행복한 도전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동네의 멋진 할아버지로 남고 싶어요.”

조용환 씨는 역곡이 옛날 마을 같아서 좋다고 한다. 역곡이라고 해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곳에서 조용환 씨의 긍정 에너지를 더 행복하게 발산시킬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사랑하게 되면 무궁무진한 꿈을 꿀 수 있다는 조용환 씨의 행복한 도전을 함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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