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우리나라 음식 중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그렇다면 ‘발효’란 무엇일까?

발효는 효모나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것인데,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사람에게 이로우면 ‘발효’, 해롭거나 쓸모가 없으면 ‘부패’라고 한다. 메주나 누룩을 띄울 때도 흰곰팡이나 노란곰팡이는 백국균, 황국균이라고 부르며 대접을 하지만, 검은곰팡이나 푸른곰팡이는 사람에게 해롭다며 얼른 털어내기 바쁘다. 다시 김치 이야기로 돌아가자.

김치는 ‘채소를 소금물에 절인 뒤 발효시킨 음식’이다. 삼국시대에 오이, 가지, 무와 같은 단단한 채소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서 먹었고, 고려 시대에는 파와 마늘을 재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맛과 향을 더한 양념 절임의 김치를 먹기 시작했다. 이후 16~17세기경부터 배추와 고추를 재배하기 시작해서 지금과 같은 빨갛고 맛있는 김장김치를 먹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라는 한 가지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일반 냉장고와 같은 크기의 냉장고를 구입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김치는 없어서는 안되는 국민음식이다. 일반 냉장고는 안을 가득 채우면 공기가 순환되지 않아 음식물이 쉽게 상하고 전기가 많이 소모되는 것에 비해, 김치냉장고는 안이 비지 않게 꽉 채워야 김치가 맛있게 익고 전기소모도 적다. 예전에 땅에 항아리를 묻을 때 땅속의 흙이 항아리와 꼭 붙어있는 원리와 같다.

김치는 대표적인 발효음식이다. 우선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를 살펴보자. 배추, 무, 고추, 마늘, 생강, 파, 새우젓, 멸치젓, 찹쌀풀 등 가정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땅에 뿌리를 깊게 박고 햇빛을 듬뿍 받고 자란 여러 가지 채소, 바다의 영양과 미네랄을 듬뿍 담고 있는 젓갈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소금 절임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염분에 강한 유산균을 제외한 나쁜 미생물은 대부분 죽고 유산균이 풍성한 절임배추가 만들어진다. 이 절임배추에 무, 고춧가루, 마늘, 찹쌀풀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김치를 다 버무리고 나면 이제부터 발효가 시작된다. 발효의 중심은 ‘온도’다. 김치는 4~5℃에서 감칠맛을 유지하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젖산균(유산균)이 류코노스톡과 바이셀라균이다. 이들은 산소를 매우 싫어하므로 김치통에서 김치를 덜어내면 반드시 꼭꼭 눌러주어서 산소가 들어가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김치는 발효를 시작하면서 젖산 이외에 유기산과 탄산가스를 만들어 내는 이상젖산발효군이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제대로 익어가면서 정상 젖산발효군이 젖산만을 만들어서 안정된 발효의 상태가 된다. 이때 우리는 감칠맛과 상쾌한 신맛을 맛볼 수 있는데, 발효의 산물인 글루탐산, 덱스트란, 젖산, 초산, 만니톨 등이 어우러진 오묘한 맛의 김치를 먹을 수 있다(글을 쓰는 순간에도 자꾸 침이 고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싶다!). 이때의 김치 1g에 1억 마리의 젖산균이 들어있다고 하니 웬만한 유산균 제품은 저리 가라고 해도 된다.

김치의 젖산은 몸 안에서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해서 소화를 돕고, 나쁜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장내 미생물을 도와서 우리에게 편안한 배설의 기쁨을 안겨준다. 또한 젖산균은 발암물질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발효되는 과정에서 비타민 B군 함량이 2배로 늘어난다. 김치에 들어가는 고추의 캡사이신과 마늘의 알리신의 항산화 효과, 항균, 항암, 콜레스테롤 저하, 동맥경화 억제, 체지방 분해 등 몸에 이로운 점은 모두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김치가 시어지고 군내가 나기 시작하면서 락토바실러스균이 등장한다. 신맛과 산소를 좋아하는 락토바실러스균은 15~20℃에서 잘 자라는데, 이때쯤이면 김치에 잡균들이 번식하기 시작하고 영양가도 줄어들기 시작하므로, 얼른 꺼내서 돼지고기 숭숭 썰어 넣은 김치찌개를 끓이면 좋겠다. 김치를 100℃ 이상으로 끓이면 유산균은 열에 의해 장렬히 전사하지만, 죽은 후에도 몸에 이로운 유산균의 먹이로 남으므로 그다지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

김치는 어른만의 음식이 아니다. 매운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백김치를 먹을 수 있게 하자. 백김치는 김치에서 고춧가루만 빼고 담은 것이다. 백김치는 일반 김치에 비해 유산균은 적지만 아이들이 김치맛에 익숙해지기에는 아주 좋은 음식이다. 어린 시절에 먹은 음식은 평생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김치의 좋은 점을 하나 더하면, 질병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찜찜한 기분을 내내 떨치기 어렵다면, 매끼 식사 때 김치를 넉넉하게 먹자. 김치에는 항생제의 내성을 방지하는 유산균이 넉넉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배려 깊은 의사들은 항생제를 처방하면서 유산균을 같이 처방해주기도 하지만, 내 몸 안의 100조개의 세포들은 약국의 유산균보다 김치 유산균을 훨씬 더 반가워 할테니 말이다.

이영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영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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