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대한 권리 캠페인 2 세입자 주거권
도시에 대한 권리 캠페인 두 번째 주제는 ‘세입자의 주거권’입니다.
도시는 땅과 건물을 소유한 사람들 만큼이나 세입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공간입니다. 사회권으로서의 인권이 성장하면서 세입자의 주거권을 기본권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도시공부모임은 최근 주택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환경 변화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세입자 주거권 운동 현황을 살펴 보고, 지역 세입자 당사자의 주거권 운동이 필요합니다.  

전월세 폭등에 내몰리는 세입자
성남에 사는 비혼여성 ㅅ씨(40세)는 두달 전 집주인으로부터 이민을 가야 하니 오피스텔을 비우라는 전화를 받았다. ㅅ씨는 부천 상동으로 이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부천에는 24평형 오피스텔 전세 매물이 전혀 없었고 보증금 8천에 월세 100만 수준의 물량만 있었다. 주거 비용으로 연간 1200만, 2년간 2400만원이나 월세를 내야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턱턱 막혔다 애타게 전세를 기다린지 한 달이 더 지나서 중계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1억 8천짜리 오피스텔 전세가 중동에 나왔는데 문제는 매매가가 1억 8천 5백만원이라는 것이었다.
ㅅ씨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 사이트를 이용했다. 그런데 오피스텔에 대한 관한 정보는 없었다. 대신 부천 상동의 아파트 가격을 조회했다. 94년에 지어진 전용면적 59.4 평방미터 한아름마을 (현대아파트)의 2012년 2분기와 2014년 2분기의 매매 및 전세 가격을 비교해보았다. 매매가는 2년 전에 비해 1900만원이 상승했고, 전세는 무려 3000~4000만원 상승했다. 2년만에 전세가격이 2년 전 매매가격 수준으로 뛴 것이다.
(단위 만원)

구분

 
2012 2분기
2014 2분기
편차
매매
18,000
19,900
1,900
전세
14,000
17,000~18,000
3000~4000

전월세 난을 겪는 세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세입자가 인권으로서 주거권을 인식하는 것이며, 적절한 시기에 제공되는 정확한 주거 상담”이라고 전국세입자협회 김영준 사무국장은 말했다.

 
전세의 월세화
전세의 월세화가 심각하다. 월세 이율이 은행예금 이율보다 3배 안팎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2012년 주택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월세 임차유형은 보증부 월세(86%)가 월세(12.5%), 사글세(1.4%)에 비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월세 제도가 보편화된 외국은 무보증부 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보증부 월세라는 특유의 임대차 형태가 운용되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은 서울시의 2014년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37.7%로 2012년 (31.2%)보다 6.5% 늘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리고 내년도 서울의 월세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정책보고서는 경기도의 월세 거래량이 2011년 1월 26.3%에서 2014년 6월 36.5%로 월세 거래량이 증가한 것에 주목했다.
 
저소득층 주거비 부담 증가
경기도 주택종합계획 2020에 따르면 수도권의 저소득층은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살며 더 많은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월소득대비임대료는 30.9%를 차지하고 연소득대비주택가격은 12.9배에 이른다. 연간소득을 13년간 쓰지 않고 저축해야 주택가격을 마련할 수 있다. 저소득층이 과연 이처럼 살인적인 주거비를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경기도

 
저소득층
중소득층
고소득층
월소득대비임대료
30.9%
20.2%
15.8%
연소득대비주택가격
12.9배
6.0 배
4.7배

■ 월소득대비임대료(RIR :Rent to Income Ratio)는 무주택자가 월 소득에서 주거를 위해 부담하는 비율.
■ 연소득대비주택가격(PIR : Price-to-Income Ratio) 입니다. 주택가격을 가구당 연소득으로 나눈 배수. 주택을 구입하기 연 소득을 모두 저축할 때 소요되는 기간을 의미

국제세입자협회와 국제세입자헌장
세입자의 주거권이 보편적 인권임을 선언한 대표적 헌장이 바로 국제세입자헌장이다. 국제세입자헌장은 총 10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장이 담고 있는 10개 항목은 세입자 권리의 기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항목

 
내용
① 주거권
하나, 정부는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해 충분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② 세입자 조직의 승인
둘, 국가는 법률로 <세입자 조직>을 승인하여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③ 주택에 대한 차별 금지
셋, 누구나 인간으로서 거주하기에 적절한 숙소에 머물 권리가 있다.
④ 건강하고 안정한 주거
넷, 주택과 부속 공간, 야외 대지는 건강에 무해하고 견고해야 한다.
⑤ 월세
다섯, 세계인권선언과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르면 주거권은 인권문제이기 때문에 임대료는 소득에서 적정한 수준이어야 한다
⑥ 세입자들이 관련 정책의 결정에 참여
여섯, 임차인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통해 임차인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⑦ 임대료 재판
일곱, 합법적인 세입자 조직 대표를 포함하여 임대료 중재 위원회를 법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⑧ 공공 임대주택과 민간 임대 주택으로 분류되는 주택 재고 필요 품질에 대한 필수요소
여덟, 공공 혹은 사회 주택은 모든 사회에서 중요한 주거형태의 한 방식이어야 한다. 사회는 국영 혹은 타 기관이 운영하는 임대아파트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⑨ 거주권 보장
아홉, 거주권 보장은 지속 가능한 거처를 제공하고 거처를 향상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⑩ 품질에 대한 필수요소
열, 기존 주택과 숙소에 관해, 국제세입자협회는 다양한 품질 요건을 채택 한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세입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이 있다. 바로 국제세입자협회다. 세입자들 스스로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 제정에 앞장서고, 법을 어기는 집주인을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맞선 결과 오늘날의 국제세입자협회가 있게 되었다.  

세입자 주거권을 위해 지역이 해야할 일
국내에서도 임대인의 소유권과 동일하게 세입자들의 주거권을 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집이 있는 하우스푸어에 대해서도 주거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주거권에 대한 인식이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전세협의 김영준 사무국장은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통해 세입자의 주거권을 알리고, 주거 문제를 상담할 매개자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경기도시흥시세입자협회 송호 대표는 지역별로 세입자협회를 만들고 여러 지자체 연대를 통해 광역단위의 변화를 끌어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제세입자헌장의 2항과 5항 그리고 7항은 지역에서도 가능한 도전이 될 것이다. 세입자 조직을 육성해서 승인을 얻어내고 적정한 월세 기준을 정의하고 임대료중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지역이 선제적으로 도전해 볼만한 과제다.
 
**부천세입자협회를 만드는데 관심 있는 분은 메일로 연락을 주시거나 snailrunner@gmail.com 페이스북 도시공부모임에 댓글을 남겨주세요.
 

전국세입자협회 사무국장 김영준 인터뷰

 
* 김영준은 전국세입자협회의 사무국장이자 음반 <두꺼비 마을>을 내고 하늘소년으로 활동하는 가수다.
 
전국세입자협회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인적 구성도 궁금하다
직접적 계기는 토지주택 공공성네트워크 (줄여서 토지넷)에서 출발했다. 예전부터 토지넷에서 활동하다가 잠시 흩어졌고 다시 대선 계기로 2012년에 모였다. 나는 ‘희년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의 일원으로 토지넷에 참여했었다. 대선 계기로 모여 안철수 캠프 ‘내일'에도 정책 제안을 한 바 있다. 토지넷은 헨리 조지의 지공주의*가 이념적 기반이다. 대선후 주택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주거문제에 집중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해서 지금의 전국세입자협회를 만들게 되었다. 나는 임시 사무국장으로 추대되어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
초기에 이름을 정하는데 고민이 많이 있었다. 협회로 할지 아니면 연대로 할지. 연대는 시민사회단체 느낌 많아서 쓰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좌우 색깔 없이 서비스하는 전문 조직으로서의 자리매김하려고 협회라는 명칭을 선택했다. 인적구성은 아주 좋다. 참여연대, 민변, 새사연, 민달팽이유니온, 주거권기독연대, 나눔과 이해, 도시연구소도 정책 위에 들어와 있다. 주요 정책연구 자문 네트워크로 박동수 세입자협회 자문, 김태근 민변 자문, 공동대표 최창우가 있다.
* 지공주의란?
지공주의(地公主義, 영어: Georgism)는 모든 사람은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평등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상이다. 생산요소 중 토지와 자본의 사유를 허용하는 자본주의와 양자의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주의를 지양하여 토지 공유, 자본 사유를 주장한다. 이 사상은 미국의 정치경제학자였던 헨리 조지(1839-1897)가 주장했던 철학이자 경제학설로서,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전 인류의 소유라고 주장한다. 지공주의는 또한 토지 단일세제와 동일시 되기도 한다.
 
주된 활동 방향은 무엇인가? 세입자들의 당사자 조직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나?
주로 입법활동, 간담회 토론회를 통해 담론을 만들고 정책 제안을 한다. 당사자 조직화가 잘 안된다. 80년대 90년대 말에도 당사자 주거권 운동은 쉽지 않았다. 철거민은 당장 내쫓기기 때문에 거리로 나왔고, 그 문제가 해결되면 흩어졌다. 구조적으로 당사자 조직이 어렵다. 집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독특한 집착도 이유인 것 같다. 잡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며, 소유하려는 집착이 강하다.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갑자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는 이를 자산복지시스템이라고 말하는데, 집 한 채를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욕망을 말한다. 국민들의 인식격차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 주거권에 대해서는 경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매우 크다. 세입자 경험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세입자로 사는 어려움을 모른다. 2014년에는 회원 모집에 신경을 써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정 계기가 생기거나 꾸춘히 사람들을 거리에서 만나려고 한다.
 
주택임대차 시장과 정책은 국가별로 차이가 많이 있을 것 같다
영국은 공정임대료, 독일은 지역기준 임대료를 적용한다. 도시마다 특성을 반영해서 지자체, 세입자대표, 임대인으로 이루어진 3자 대표 협의로 결정한다. 평균거주기간은 12-14년에 이른다. 세입자가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계속 산다. 계약서가 책한권 분량으로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있다. 독일은 한국과 통계적으로 비슷하다. 공공임대 주택이 적다.
최근의 선진국은 규제를 왼화하는 추세이다. 과거에 지은 노후 주책 리모델링을 국가가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독일은 제도적 장치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영국도 기본적인 것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것을 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장관은 선진국의 규제완화 사례만 말하는데 이는 맥락을 잘라서 왜곡하는 것이다. 국가가 주택을 매입해서 임대하는 것은 상당히 시간이 걸리므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서 통제하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주택임대차 시장 구조가 한국과 독일이 비슷한가?
공공임대 비율 낮고 독일과 단순 수치상으로는 비슷할 것이다. 한국은 이주율이 높다. 직장 고용 불안정때문에 독일은 10년 20년 직장 다니고 토건자본이 그만큼 강하지 않다. 100년된 주택도 세를 놓을 만큼 주택 수명이 길다. 그런데 한국은 10, 20년짜리 주택도 허문다. 수명이 짧다. 토건자본은 주택을 상품으로 보기를 원한다. 빠르게 사고 파는 상품으로 주택을 본다, 상품 회전율을 높이려고 한다. 개발면적은 한정되어 있고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손쉽게 팔수 있어야 한다.
독일은 임대 사업자가 애초에 임대용으로 깔고 가는 경우 많다. 한국은 몇년간 임대하고 분양한다. 독일은 크게 임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한 두채 가지고 임대업한다. 독일은 세입자 협회 회원이 100만명이다. 한국도 세입자협회로 모여 들면 될텐데… 독일은 회원이 많아서 회비 적게내도 분쟁시 자문서비스의 질이 높다.
세계적으로 60여개 국가에 세입자협회가 있다. 일본, 인도, 아시아에는 3개 국가만 가입해 있다.
주로 유럽과 북미쪽에 세입자협회가 많다. 독일은 93년 대법원 판례와 연방법원 판례로 소유권과 주거권 동등하게 균형잡혀있다. 한국은 98년 헌재판정으로 주거권이 소유권보다 중요하다는 이례적 판정을 내린바 있었다.
 
지역조직화의 필요성 느끼는가? 주목하는 지역이 있다면?
지역 조직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나 활성화하지는 못했다. 내부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해외 사례를 모으고 연구한다. 항목별로 임대아파트, 법, 정책별로 2-3개월 공부하면서 커리큘럼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지역활동가들은 주로 서울 인천분들이다. 주목하는 지역은 서울 금천구와 인천이다. 부천에 살면서 영등포에서 반값고시원운동을 하시는 박철수 대표가 있다. 꼭 한번 만나보기 바란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