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실업고등학교는 1989년 설립자 이주항, 박수주와 몇 명 젊은 교사들이 모여 만든 학교입니다. 정규 학교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학교입니다. 작년까지 야간에 학습하고 주간에 일하는 야간 학교였으나, 올해부터 주간 학교로 전환하여 학생을 모집합니다. 부천실업고등학교는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 갈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하는 학교입니다. - 편집자 주)


부천실업고등학교의 처음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내가 지금 학교를 잘 찾아 온 걸까?
학교를 들어서자마자 시끌벅적 목소리 한번 우렁차게 거친 말을 내뱉는 학생들. 교무실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벌컥벌컥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는 학생들이 하나같이 내뱉는 말은
“선생님, 핸드폰 충전기 있어요?”

오색찬란하게 물들인 학생들의 머리색 하며 곱게 단장해놓은 얼굴, 짧은 미니스커트에 하이힐까지. ‘세상에, 어떻게 이런 학생들을 모아 놓은 것일까’ 싶은 학교의 모습이었다.
물론 부천실업고등학교의 이런 활기와 자유분방함을 모르고 온 것은 아니지만 그저 나의 상상 속 자유로움을 눈앞에 마주했을 때의 신선함이란.

장미공원에서 3학년 학생들과..

학생들보다 한참 일찍 등교하는 선생님들, 등교한 후 교무실 바닥 쓸기는 선생님이, 닦기도 선생님이, 복도 쓸고 닦기도 선생님이, 아이들 물 마시는 컵 닦기도 선생님이, 현관 청소도 선생님이. 매일 매일이 참 놀랍게 다가왔다.

어느 날은 한 학생이 부장님께 여쭈기를. “선생님, 우리학교는 잘못 된 것 같아요. 청소를 선생님들이 하시잖아요.” 그랬더니 부장님께서 답하시길. “왜 학생이 청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학교는 다 같이 쓰는데.” 아. 그때서야 다시 생각해 본다. 분명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쓰는 학교인데 왜 학생들만 청소했던 것일까?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부천실업고에 근무하며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편견과 마주하게 된다. ‘선생님은 이래야만 해 학생은 저래야만 해.’ 그 어떤 편견도 부천실업고등학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편견은 편견.
이곳에서의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어긋나려 할 때 그들이 좀 더 무게 있는 생각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어른이 해 줄 수 있는 약간의 조언들을 얹어주는 역할을 할 뿐.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는 학교, 어른들의 잣대로 학생들을 가르지 않는 학교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교육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고 그 결과로 공부는 못해도 자기표현 하나는 끝내주는 우리 학생들이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어디 가서 밥 굶을 일은 없으리라.

이제는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여전히 우리 학교의 통통 튀는 매력덩어리들 덕에 매일이 새롭고 새롭다.
부천실업고등학교는 어떤 학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 줄 수 밖 에 없다.
“우리학교? 독특하지.”

출전 : 부천실업고 소식지 "한무릎터" 262호(2015. 7. 10)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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