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서는 자연을 제일 잘 느끼기 위한 마음가짐이 ‘믿음’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람들도 그렇지요. 상대를 이해하는데 믿음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자연도 마찬가지겠지요. 예수나 석가모니 등의 종교도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처럼 세상 이치는 비슷한 가 봅니다. 이번 호에는 아이들이 숲에 오면서 변화되는 관점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숲을 느낀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부모’의 행동을 보고 ‘자연’을 판단

 우선 아이들은 낯선 환경으로 인해 어색함과 두려움을 느끼거나 확 트인 공간에서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끼거나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느낌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이 바로 ‘부모’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과 같이 아이들은 숲에 함께한 부모의 행동 하나하나를 살펴 따라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연을 올 곳이 느끼고 있다면 아이도 스스럼없이 자연을 느끼려 할 것이지만, 옷에 흙이 묻는 것이 싫고, 바람의 느낌도 차갑고, 미세먼지가 걱정 되서 마스크를 꼭꼭 쓰고 있다면 아이도 자연에서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부모들은 도시인으로 살아온 시간이 30년 이상이기 때문에 그런 거리감은 이상할 것이 전혀 없지만 이제 막 세상을 알기 시작한 아이들은 오랜 시간 축적된 인간의 동물적 본능보다 부모의 행동을 보고 자연을 판단하게 될 수 있습니다.

본 컬럼을 보시고 숲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숲에 가신다면 “아이의 행동에 대해 많은 부분 수용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셔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돗자리를 벗어나 맨발로 흙을 밟으려할 때 “하지마”, “안돼” 등의 부정적 반응보다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부모가 아이에게 수용적으로 대할 때 아이는 부모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흙을 느낄 수 있고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모’에서 ‘자연’으로 관점의 변화

이렇게 부모가 자신의 기준으로 아이를 제단 하는 것 아니라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수용할 때 아이는 ‘부모’에서 ‘자연’으로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모의 간섭이 줄어들수록 행동에 따른 변화들을 집중해서 볼 수 있고, 그 집중이 기존에 가진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호기심의 해결이 또 다른 호기심으로 발전하며 더욱 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흙을 만질 때 부모의 반응을 먼저 확인하는 아이가 아닌 흙의 차가움, 따뜻함, 축축함, 부드러움 등의 느낌에 더욱 집중하여 몸으로 자연을 느끼는 아이가 되는 것입니다.

‘자연’에서 ‘자신’에게로

자연을 지속적으로 접해온 아이들은 자연과 동화되며 또 다른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그 것은 자연이 의인화 된다는 것입니다. 즉 자연이 자기가 되기도 엄마, 아빠, 할머니, 선생님, 언니, 오빠, 형, 동생 등의 사람이 되어 말을 걸기도 하고 걸어오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는 것 이지요. 아이들은 언제나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에 인형, 담요 등 애착이 형성된 물건들에게 대화를 하는 어린이들을 종종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자연과 대화할 수 있지?” 라고 생각하신다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생각해 보시면 조금은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이 소설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제제와 라임오렌지나무와의 관계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자연과 교감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이들은 ‘부모’에서 ‘자연’으로 ‘자연’에서 ‘자신’에게로 관점이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그냥 ‘숲’에 간다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부모님들은 힘드시겠지만 자연에서 아이들이 충분히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꼭 당부 드립니다.

최근 부천에는 봄을 맞아 봄꽃 축제를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려고 쓸만한 도로와 없던 문을 빨리 만들려고 포크레인 등의 중장비를 이용해 기존에 서있던 나무들의 뿌리를 잘라내고 기둥과 가지를 부러뜨리고 뽑으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현장에는 살려달라는 풀냄새가 진동을 하죠. 만약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의 교감으로 숲을 사랑한다면 이러한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꽃 축제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꽃을 찾아 벌 때처럼 몰려옵니다.

 

하지만 축제의 현장에는 꽃에 대한 존중도 나무에 대한 존중도 숲에 대한 존중도 찾아볼 수 없이 음식물, 비닐, 술, 담배 등의 쓰레기와 소음만을 남기며 단지 자연이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 물건으로써만 존재할 뿐이죠.

숲과 자연을 가까이하고 사랑이 충만한 아이들이 자라서 꽃 축제를 연다면 어떻게 일을 할까요? 왠지 나무들의 즐거운 노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올해도 인간으로 인해 숲은 봄의 몸살을 앓겠지만 미래에는 숲을 가까이한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공존하는 행복한 숲을 만들어가는 행복한 상상을 해봅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첫번째 금요일 오전 11시 아름다운 가게 송내책방에서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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