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물 꽃개오동 향기에 취해....

 

 

                                     콩시루 답사

 

삼정마을은 ‘시우물’이라고 한다.

예전엔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살았지만

삼정공단이 들어서면서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삼정공단으로 흐르는 붕어내엔

온갖 폐수가 그득하게 담겨 있다.

화분들을 매달아 외관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원래 심었던 꽃들은 어디로 가고

잡풀들만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다.

전혀 관리를 하지 않은 탓이다.

시우물엔 단 한 채의 집이 있다.

대문은 없지만 대문역할을 하는 꽃개오동이

긴 손가락을 닮은 열매를 늘어뜨리고 있다.

그늘 져서 그런지 대낮에 나팔꽃이 피어 있고

오래된 은행나무가 집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집 앞을 장식하고 있는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는데

주인인 박노송 어르신이 안 계신다.

열쇠가 주인 노릇을 한다.

콩시루 답사 회원들이 정원을 들러보고

뒤뜰로 해서 집을 빠져 나가는데

개쉬땅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다.

공장 담벼락에 줄기를 뻗어올린 젊은 꽃개오동이

꽃을 피우고 있어서

너나 할 것 없이

꽃향기를 맡으러 코를 내민다.

상큼한 향기가 가슴 깊숙이 밀려온다.

땅바닥에 겨우 잎사귀 몇 개 붙인

개똥참외가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고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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