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향토연구회 콩시루

신곡양배수장에서 대장동까지

부천향토연구회 콩시루

 

 

성큼 가을이 다가왔다.

몆 백년만의 더위라는 사람들의 호들갑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가을바람이 시원한 일요일 오후,

부천향토연구회 콩시루 선생님들과 답사를 떠났다.

 

새들의 다양한 서식처가 된 신곡양배수장

동부간선수로 및 부평수리조합에 대해 배우면서 자주 들었던 그 이름 신곡양배수장을 방문하였다. 자주 놀러가던 강화 가는 길에서 김포로 빠지면 신곡리에 양배수장이 있다. 그곳에서 나를 처음 반겨준 것은 다양한 새들이었다.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그리고 보기 힘들다는 물총새까지 신곡양배수장은 다양한 새들에게 서식처와 먹이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부천을 출발해 몇분 달려오지 않은 것 같은데, 눈앞에 펼쳐진 새들의 환대에 조금 어리둥절 하였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이 새들은 우리 가까이에서 우리와 살고 있었나 보다.

신곡양배수장의 시작은 일제의 산미증식계획과 같이한다. 양배수장의 시설에 의해 굴포천의 물은 한강으로 배수되었다. 그리고 한강하류의 강물은 간선수로를 통해 부천과 인천에 농업용수로 쓰였다. 그 결과 늘어난 논과 벼수확량, 일본인 대지주 농장의 출현은 콩시루 강의를 통해 배운 바 있다. 이후 개보수 되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으나 원래 한반도 수탈을 목적으로 우리 민족의 피땀으로 지어졌을 신곡양배수장이다. 그러나 지금은 2,500만평 정도의 인근 농민들에게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많은 곳에서 살 곳을 잃고 있는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역사를 가진 건물들이 그러하듯이 신곡양배수장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강의 원주민인 생물들을 위해 철거해야할 신곡보

신곡양배수장을 지나 한강쪽으로 일직선을 그리며 신곡보가 서있다. 신곡보는 한강수위를 유지하고, 바닷물 유입방지 및 농업용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1988년에 설치된 총길이 1,007m의 보이다. (위키백과 참조) 신곡수중보가 설치되기 이전에는 한강으로 황어, 웅어 같은 회귀성 어종과 상괭이가 자유롭게 드나들었다고 한다. 수중생물의 자유로운 통행과 강물의 원할한 흐름을 위해 서울시에서는 신곡보 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 ‘인간이 만든 보를 철거하고 한강의 원주민이었던 생물들에게 자리를 돌려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에서는 농업용수의 원할한 공급과 인근에 만들어진 습지환경보존의 문제로 보의 유지를 주장한다. 그 말을 듣고 보면 급격한 보철거는 망설여진다. 어렵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이런 이야기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한강에서 만난 쌍무지개와 대장동 검붉은 일몰

아라뱃길갑문통제소를 지나 한강어귀까지 걸었다. 길가에 높게 자란 쑥들이 품어내는 향기가 신선하다. 이날 처음 그 커다란 풀이 쑥인걸 알았다. 함께 공부하시는 선생님께서 흥얼거리시는 노랫소리도 정겹다. 이런 것이 행복이지 싶다.

한강어귀는 온갖 풀들의 낙원이다. 책에서만 보았던 박주가리의 하얀꽃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쌍무지개가 떠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둘러 차를 타고 대장동으로 향한다. 대장동의 넓은 벌판 위로 펼쳐진 검붉은 일몰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글·사진 | 유소림(콩시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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