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마루에 상수리나무가 있다

 

한도훈시인

 

멧마루에 상수리나무가 홀로 서 있다

헐떡고개에서 바라보면

산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성지교회

아주 작은 나무 십자가에 매달린 햇살

그 햇살에 비춰지는 상수리 열매 안에

사랑도 담기고 믿음도 담기고...

가을이면 상수리묵도 먹게 해주었다지

마당 가득 떨어진 상수리 주어

가난한 신자들 배고픔 달래주었다지

천구백 육십년대 교회가 생기기 전부터

멧마루 주인이었던 상수리나무

그걸 베어버리지 않고 남겨 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해마다 몇 가마씩 상수리를 선물로 쏟아놓는다지

어찌하면 나무를 벨까

어찌하면 들판을 밀어댈까

어찌하면 건물을 올려 세울까

어찌하면 공단을 세울까

그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나 어때?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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