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 이제 변해야 합니다

 
 
 
‘아빠, 나 콜수 못 채웠어...’
또 하나의 우주가 사라졌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일입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특성화고에 다녔고, 현장실습을 나갔던 전라북도 전주의 한 실습생의 죽음 이야기입니다.
故홍수연님은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애완동물과에 재학하였습니다. 돈 벌어서 애견샵을 내는 꿈을 가지고 있던 그는 현장실습을 나갔습니다. 자신의 전공인 애완동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통신사 콜센터로 말입니다. 콜센터 업무도 여러분야로 나눠지는데, 그가 일했던 해지방어부서는 통신사를 옮기려는 고객을 붙잡기위해 설득하는 부서로 숙달된 상담원들도 어려워 한다는 곳이라 합니다. 온갖 감정노동에 욕까지 받아가며 일했던 그가 현장실습이라며 취업했던 콜센터에서의 노동, 그것이 과연 ‘교육’이었을까요? 그가 그곳에서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었을까요?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곳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며 최저임금을 받으며, 도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니 어떻게든지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남아야 된다는 쓰디쓴 교훈 하나를 얻기 위한 것일까요?
학교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공과는 무관하게 어떻게든 취업에 내보내려고 안달입니다. 결국 돈과 관련된 일입니다. 취업률이 높아야 예산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애써 부정하지만, 학교 자율평가 항목에 취업률을 점수 매깁니다. 교사의 성과급에도 취업률을 평가하는 항목도 있습니다. 학교마다 걸리는 취업축하 현수막, 교무실의 취업현황판, 미취업자에 대한 별도관리 사례 등을 보면 이게 결국 돈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요? 언론보도를 보면 실습에 나갔던 학생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학교에서는 성희롱등 각종 위법사례가 드러나는 상황임에도 어떻게든지 적응하라고 강요하고, 실습을 제대로 못 마치면 후배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며 말리고, 못 견디고 돌아오면 심지어 빨간 조끼를 입혀 부적응자로 낙인찍어 벌을 주기도 한다니 과연 이를 정상적이라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제대로된 교육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정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도 아닌 현장실습. 이것이 ‘교육’이란 이름으로 2017년에 자행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감추어진 수많은 사례들이 있을 진대, 한번씩 문제가 붉어지면 정부는 ‘OO대책...’등의 이름으로 대책을 내 놓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이 저임금으로 쉽게 쓸 수 있는 노동력 공급수단으로 사고되는 현실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전공과 무관한 현장실습을 거부할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안전하고 건강하며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실습과 직업교육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노동을 자본의 아래에 놓는 우리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글 | 최영진(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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