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안 5

문화예술 동호회, 주민자치 공유공간을 임차해 주세요. 신축하지 않고도 동네 유휴 공간을 곧바로 이용할 수 있거든요.
제안 (4)가 사람에 투자하자는 거라면, 이 제안 (5)는 공유공간에 투자하라는 겁니다.

우리 지역 어느 도의원 후보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동네 성당과 교회를 이용할 때 전기, 수도요금 같은 공과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말에 제가 좀더 보태려구요.
제가 20년전 "부천교육연대"에서 활동할때 우리 단체가 너무나 가난해서 사무실이 없었어요.
그때 단체 임원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인 눈치를 봐가며 회의했습니다. 그러니 전문 강사를 초청해서 공개강좌를 열라치면 공간도 그때그때 확보해야 했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단체 회원들이 부천 전 지역에서 쓸만한 공간을 조사해보자고 했다가, 결국 역량이 되지 않아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그때 잠깐 살펴보니 가장 좋은 곳은 학교였습니다. 동네마다 가까이 있고, 방학때는 주차장과 교실을 아주 널널하게 이용할 수 있죠.

그리고 사설학원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끝나고 학원에 올때까지 오전에 건물이 빕니다.
교회와 성당은 일요일 말고는 건물이 거의 내내 빕니다.

관공서는 공무원 퇴근 시간 이후와 토요일, 일요일에 건물이 텅텅 빕니다.
복지관은 동네마다 있으며, 시민단체, 문화단체, 새마을협의회, 시립 문화원, 상공회의소 강당처럼 사람들이 접근하기 좋은 공간도 하루종일 쓰지는 않을 겁니다.

최근에는 일요일마다 노는 식당이 많습니다.
아마 그렇게 따지면 당구장도, 카페도, 호프집도 빈 시간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심지어 "임대"라고 써붙였는데 몇 년 동안 나가지 않은 사무실도 많습니다.

그걸 빌려줄 수 있는지, 언제 가능한지, 얼마면 되는지, 이용할 때 뭘 조심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정리하고 싶었죠.
지금이라면 지역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하여 단시간에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몇 해 전 부천시에서 가을 평생축제를 적은 예산으로 진행할 때 100만원~200만원씩 쪼개주며 부천 100여 곳에서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평생학습 축제 주관자는 그 100여 곳 진행을 도와주려니 힘들었겠지요. 그러나 주민 5명~10명이 자기 집 주변에서 자기들이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무척 행복해 하는 것으로 보상받았을 겁니다.

그때 대부분 주민들은 활동 공간을 갑자기 구하지 못해 아주 힘들어 했는데, 그 지역에 활동 공간이 없는게 아니라 빌리지를 못했던 겁니다.

가령 성당과 교회, 학교 등이 공간을 내주지 못하는 것은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같은 비용때문이 아니라, 공간에 대한 책임때문입니다.

지난 번 어느 팟캐스터가 모텔에서 먹방을 진행했는데요. 그 모텔을 음식물로 난장판으로 만들어 모텔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게 먹방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요리 프로그램이었다면 화재가 났을지 모릅니다.
화재보험에 들었다고 해도 사고는 안 나는게 서로에게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관리, 도난, 화재에 대해 책임 소재와 우려를 해소해주지 않고, 전기와 수도 요금 몇 만원을 지원한다고 성당과 복지관에서 공간을 덥석 열어줄 리가 없지요.

저도 사설 담쟁이문화원을 운영하며 우리 공간을 때로는 공짜로 쓰게 하고, 때로는 1시간에 5천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공간 이용자가 6시간을 쓰고 이용료 3만원을 주고 갑니다. 그 돈이 문화원 운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분들이 강당에 있는 동안 신경이 쓰이고, 돌아간 뒤에 실내를 정리하고 휴지통을 비워야 합니다.
공간을 안 빌려주고 그 짓을 안 하는게 낫죠.

 

그래서 제가 생각해 봤습니다.
만약 지역 정부에서 생활예술인과 동호회 또는 주민 모임을 도와주려면 예산을 확실하게 지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령 어느 색소폰 동호회가 일요일마다 휴업하는 식당, 또는 "임대"한다고 써붙인 사무실에서 6개월간 악기 연습을 한다고 해봅시다.
그 동호회 회원이 그 공간에 들어왔다가 나갈 때까지, 그 공간의 관리자(건물주 또는 공간 주인)가 함께 있으면서 그 공간을 책임지게 해야 합니다. 동호회원이 돌아간 뒤에 그 관리자는 뒷정리를 하고 마무리합니다.

즉, 시설 이용료에다 공간 관리자의 품삯을 보태야 한다는 거지요. 그걸 퉁쳐서 3~4시간 이용료를 포함하여 하루 15만원이다.
그래서 한 달 4주 60만원을 주면 동호회원이 일요일마다 서너 시간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러면 그 사무실 주인이 마다할 리가 없을 겁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임대하지 못한 빈 공간을 빌려주고 월 60만원, 6개월 360만원을 버니까요.

부천시가 그런 이용료 기준을 정하여 공개하고 학교, 학원, 교회, 복지관, 식당, 공간운영자, 시민단체, 문화단체한테서 신청을 받거나 또는 부천시가 적극적으로 조사하여 해마다 그 정보를 시청 홈페이지에 올려 놓는 겁니다.

부천 시민들은 공간이 필요하면 가까이 그런 공간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건물주(또는 임차 자영업자)와 계약한 서류를 첨부하여 지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합니다.
지역 정부는 그 요청을 심사하여 건물주 통장에 이용료를 입금하여 계약을 완성하고, 그 동호회는 계약 기간동안 그 공간을 맘껏 쓰는 거죠.

이걸 더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구도심 주민자치센터가 좁아 주민 공유공간을 좀더 확보하고 싶을 때 지역 정부가 그 동네에 있는 어느 공간, 또는 어느 건물을 통째로 임차하는 겁니다.

대개는 그 동네 시의원들이 공유공간으로 마을회관을 신축하겠다고 공약하지만, 후보자와 유권자가 서로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요.

나중에 예산을 잡아 신축할 때는 하더라도 지금은 일단 아쉬운대로 넓직한 공간을 임차하여 주민에게 개방해주면 고맙지요. 건물 하나를 신축할 예산이면 구도심에서 수십 곳을 임차할 수 있습니다.

어느 주체가 그 건물을 관리하겠다면 - 예를 들어 주민자치위원회가 그 공간을 관리하면 아주 편합니다. 각종 동호회가 그 공간을 공유하면 되니까요.
아마도 그 공간에서 동네 주민의 다양한 욕구가 해결될 겁니다.

그 지역 단체장과 시의원이 미친 짓만 하지 않으면 예산은 모자라지 않습니다.

#부천시정책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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