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 「미래를 위한 금요일」로 잘 알려진 기후 스트라이커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하여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한,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온 세계를 향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라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중학생입니다. 툰베리가 지난 4월 영국의회를 방문해서 의원들에게 연설을 했습니다. 영국정부가 화석연료와 항공확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영국의회가 항복했다
지난 5월 1일 영국의회는 노동당 대표인 제임스 코빈이 제안한 기후환경비상사태선포를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하였습니다. 2030년까지 2010년 탄소배출량의 50%를 줄일 것과 그 후 20년인 2050년까지는 탄소배출량을 네트제로로 할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 등의 의제로 갈기갈기 찢어진 영국의회가 이 기후위기에 대해서만은 여야가 다르지 않았던 것이죠. 물론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룬 쾌거가 아니었습니다. 기후 스트라이커 툰베리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의회를 포위하고 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한 「멸종저항」 시위대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국의회의 선언은 멸종저항이 요구하고 있는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 네트제로와는 거리가 너무 멉니다.

 

부천에서도 기후스트라이크가 있었습니다. 지난 5월 24일 금요일이었습니다. 범박초등학교 5학년 김현준 어린이가 학교를 안 가고 부천시의회 앞에서 기후위기 대응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알바트로스새가 수 천 킬로미터를 날아서 구한 먹이가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었고 그 플라스틱을 다시 새끼에게 먹이는 모습이 너무 슬퍼 보였다고. 이 어린이는 청소년기후소송캠프에 참여 하고 나서 우리나라가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된 사실을 알았고 스스로 그렇게 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린이가 제 나라를 악당국가라고 불러야 하다니 이는 알바트로스새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아닐까요? 어린이로 하여금 그런 슬픈 나라를 갖게 한 것은 우리 모든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한 사람마다 일 년에 11톤의 탄소를 꼬박꼬박 배출하고 있습니다.

 

□기후악당국가 한국
만일 기후위기가 계속 방치된다면 전 인류사회는 재앙에 가까운 위기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역사상 최고 기록적인 폭염으로 48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유럽대륙에서는 2003년 열파라고 불리는 폭염으로 7만여명의 사람이 희생됐습니다. 첨단문명도 막아낼 수 없었던 참사였습니다. 이는 기후재앙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뉴스1의 6월5일자 기사는 다음같이 말합니다. “6월 4일 미 CBS방송에 따르면 호주 연구팀은 ‘기후와 관련된 잠재적 안보 위협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환경 변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가뭄, 해수면 상승, 환경 파괴로 수십억명의 인구가 이주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뜨거운 지구효과로 지구 면적의 35%, 전 세계 인구의 55%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생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IPCC의 2007년 제4차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표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해수면 상승, 사막화, 산불, 고산지대의 빙하와 영구 동토층의 해빙으로 인한 물 부족,  흉작, 가뭄•폭우•홍수 같은 극한기후, 저지대침수와 기근으로 인한 기후난민, 가뭄과 홍수에 따른 질병, 기근과 결핍으로 인한 분쟁과 전쟁을 예시합니다. 그리고 대기 중 탄소를 제일 많이 흡수하는 바닷물은 바다의 산성화를 촉진하므로써 해양계의 멸종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요즘 기후위기와 관련된 국제회의에는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많이 참석한다고 합니다.
기후위기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기후위기는 인간활동이 원인
이러한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은 온실가스배출이고 이는 바로 인간 활동의 결과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지도층은 우리를 위해 행동할 의무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 지배체제는 이윤과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위태로워졌습니다. 정치인들은 힘센 기업들의 로비 영향 아래에 있고, 언론매체들은 우리의 민주적 가치를 깎아내리는 기업광고의 기득권에 의해 방해받고 있습니다.

멸종저항이 지금 영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테임즈강의 주요 다리 5개를 한 주일 동안 막고 
교통을 차단했습니다. 이를 전후한 시위와 점령 과정에서 1,100명이 넘는 시위대원이 검거되었고 피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검거는 멸종저항측이 처음부터 기대하고 있던 것입니다. 시위와 점령 그리고 피소, 재판, 감방생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공익을 위한 희생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시위대의 자발적이고 도덕적인 희생을 통하여 기후위기는 일반 공중에게 알려지고, 기후위기가 제일 중요한 의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이겠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영국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최근 조사되었습니다. 환경이 브렉시트나 건강 다음으로 중요해진 반면, 경제, 범죄 또는 이민 등의 이슈보다는 앞섰습니다. 영국사람의 25%가 환경이 국가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해 10월에 시작한 멸종저항이 소란피우기를 통해 이미 효과를 보았다는 증거입니다. 가디언지는 최근 ‘기후변화’라는 말은 좀 수동적이고 점잖아 보인다면서 ‘기후위기climate emergency, climate crisis'라는 말로 바꾸어 쓰기로 했습니다.

 

2016년 국가온실가스인벤터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현재 약 7억톤입니다.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에 이르고 국가 배출량으로 보면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독일에 이어 7위입니다. 7억톤 가운데 약 6억톤이 에너지부문의 배출입니다. 그리고 6억톤 가운데 2.56억톤(35%)가량이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양입니다. 한국정부가 제출한 2030년 배출량 목표는 2015년 현재 배출량인 7억톤의 23%를 감축한 5.36억톤이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2030년 배출량 전망치는 8.51억톤으로 5.36억톤으로 줄이려면 37%를 감축해야 합니다. 2025년 네트제로는 고사하고 2030년 50% 감축에도 크게 미치지 못 하는 실정입니다. 머잖아 닥쳐올 국제적 압력에 대응하는 것도 문제지만, 세계시장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수출주도형 경제국으로서 과연 지구공동체에 대한, 책임 있고 떳떳한 대응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국가라고 지목 받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주 9시간 노동으로 갈 수도
급격한 탈탄소가 안 되면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급격한 노동시간 감축이 요구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영국의 경우 주 9시간 노동으로 가야 2도C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이는 스웨덴이나 독일도 비슷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이렇게 덜 일하는 것은 웰빙, 성평등 그리고 증가하는 생산성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주4일운동’이라는 단체는 자동화,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강조합니다. 노동시간 단축은 유한한 지구 안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변화인 것입니다. 이런 마당에 우리 경제는 지금도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고, 성장을 해야 한다는 미신을 갖고 있습니다. 노동시간을 단축함은 물론 더 나아가 과도한 부에 대한 집착을 억제하고 간소한 삶으로 전환하여, 소비와 생산을 줄이고 지구를 덜 괴롭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탄소와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은 석탄발전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로의 과감한 전환으로 40%에 달하는 석탄발전 의존율을 줄여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회경제적 제도들을 정비하여 에너지 소비행태에 대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위기의 근저에는 지나친 소비주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소비주의는 광고산업이 부추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멸종저항은 이러한 광고기업에게 그의 권력을 선한 데에 쓰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론이 기후위기에 주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지금의 광고산업이 고탄소 삶의 방식과 과소비주의를 조장해 왔다는 것입니다. 광고는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상품도 사게 해왔던 만큼 그들이 하고자 하면 대중의 행태를 바꾸는 것도 능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차대전 당시의 국가자원동원과 같아야
최근에 영국 재무장관 필립 하몬드는 총리실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2050년 네트 제로 목표를 위해서는 학교, 병원, 그리고 경찰병력에 대한 재정을 깎을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총리실은 대변인을 통해 탄소배출 제로 경제 창출은 현존하는 온실가스배출 감축계획 이상의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주장을 묵살했습니다. 이 이슈에는 많은 계산법이 있다면서 이를 했을 때 편익으로 계산하지 않거나, 이를 하지 않는데 따른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것 등을 들었습니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감축시키는 것 뿐 아니라, 그 영향을 관리하는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기 때문에 빨리 투자할수록 그 회수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방치하면 할수록 비용은 증가하는데 홍수, 가뭄, 대규모 이민이나 사회붕괴로 나타나리라는 것입니다. 이에 충분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2차 대전 당시의 국가적 동원에 버금가는 자원동원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 12월 폴란드의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 주류정치인들과 기득권층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이 지구는 지금 살고 있는 세대만의 지구이기 보다,  다음에 올 모든 세대를 위한 지구입니다. 책임 있게 살되 후세대에게 온전한 지구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멸종저항 선언을 지지하는 94명의 교수가 서명한 공개편지다.
“우리는 어떤 정부던 악화하는 생태위기에 대하여 긴급하고 위기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과학은 명백하고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들이 우리 자신이 만든 전례 없는 재앙이 가져올 무서운 공격을 견디게 하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다. 우리는 날마다 약 200개 종이 사라지고 있는 여섯 번째 집단 멸종의 중심에 있다. 인류는 벌 받지 않고는 자연과 과학의 기본적인 법칙을 계속 어길 수는 없다. 만일 우리가 지금의 경로로 계속 간다면 우리 종의 앞날은 암울하다.
정부는 예방적 조치를 등한히 했고, 한정된 자원을 가진 지구에서 무한정의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무책임하게 소비주의와 자유시장 원리주의의
만연을 조장하고 온실가스배출이 올라가도록 놔두었다.”

□“소란을 피우지 않는 한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정부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사람들이 이 진실을 외면하려 한다면 우리는 소란을 피워서라도
저들의 관심을 기후위기로 돌리게 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어느 누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피할 수 없는 존립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직접행동이기 때문에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로컬 행동을 조직하고 분산적으로 실행해야 합니다. 온라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연대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사회가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당장 다루어야 할 최우선의 중대 의제입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