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학교에 들어와서 15년이 되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어린 노동자들을 위한 학교! 지금의 이주항 교장선생님께 학교를 소개 받은 후 마음 깊은 곳에서 내가 가르쳐야 할 아이들이 여기 모여 있구나 생각하며 들어 온 부천실업고등학교. 참 다양한 아이들과 많은 싸움을 했고, 싸움보다도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준 학교다.

그렇게 15년이 흐르고 이제는 학교가 주간 학교로의 전환이라는 변화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능력이 이제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 힘에도 부친다. 학교에 들어오는 아이들도 예전의 아이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했다.

주간이든 야간이든 상처받은 아이들은 많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인근지역의 아이들을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 방법이나 교육관으로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야간 학교에 오던 아이들과 많이 다를 것이라는 이러한 고민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으나, 이런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학교에서 밀려나는(?) 아이들, 가정환경이 파괴되어버린 아이들, 어려서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 도시 빈민의 아이들.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힘없는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우리학교였다.

아이들의 수는 기숙사가 있고 낮에 일하는 야간학교일 때보다는 적어졌고 다양성은 떨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자존감이 부족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이들이 역시나 적은 인원 중에서도 대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이어야 하는가? 어떻게 훈장질을 하여야 하는가? 어른들을 믿지 못하고 신뢰하지 않는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아려 오기도 하고 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든다.

주간학교로의 전환이 우리 학교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힘든 시도이긴 한 것 같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학교가 잘 버티면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남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지금 현실은 주간 학생들이 학교에 너무 늦게 나오고 있고 수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빠른 시간에 아이들을 학교에 잘 안착 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일찍 나오게 할 방법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힘들어 진다.

학교 재정은 후원금과 학생 수 감소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교 운영상의 어려운 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학교에 나와 나를 쳐다보고 앉아 있는 아이들의 두 눈에 기분 좋아지는 것을 보면 역시 난 훈장질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보다....ㅋㅋㅋ

▲ 문화체육시간에
힘들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학교를 이해하고 힘을 불어 넣어 주고 있기에, 그들을 실망시킬 수도 없거니와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일을 멈추지도 못할 것이다. 늘 말하지만 우리학교가 없어지는 날, 이 땅에 소외 받고 힘없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날,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내 육체와 정신을 가다듬는다.


출처
부천실업고등학교 소식지<한무릎터>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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