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거나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부천역에 많이 모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천에 우수한 청소년 기관과 프로그램이 많아 정부로부터 상을 많이 받았다는 소식을 보았다. 한편 대학입시에 유리한 학교와 학원이 부천에 없다며 목동으로 이사 가는 게 목표라는 어떤 학부모 말도 들었다. 청소년을 둘러싼 부천의 현실은 다양하다. 청소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부천과 청소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마침 송내동 청소년 문화의 집은 콩나물신문협동조합에 단체 조합원이기도 해서, 조합원 인터뷰를 빌미로 찾아갔다.
   
7년차 일꾼 김희정, 지금 행복하다
 
 <문화의 집에서 김희정씨>
송내동 청소년 문화의 집(이하 문화의 집)에서 어떻게 일하게 되었나?
저는 경기도 이천이 고향이에요.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죠. 청소년지도를 전공했는데, 마침 언니가 부천에 살고 있었어요. 문화의 집에서 채용공고가 날 걸 보고, 지원해서 붙었죠. 올해로 7년째 일하고 있어요. 문화의 집은 부천에서 제일 먼저 생긴 청소년 공간이에요. 올해 9월이면 20주년이죠. 처음에는 ‘부천시 청소년 수련실’로 시작했어요. 지난 2004년에 “송내동 청소년 문화의 집”으로 공간 이름을 바꾸었죠. 참, 내년 9월에 이사를 갈 예정이에요. 부천공고 바로 뒤쪽으로요. 아마도 복합 건물이라서 도서관, 상담실, 문화의 집 등 여러 공간이 들어설 것 같아요.
 
하는 일이나 사는 곳에 만족하는지?
제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만난 아이들이 중학생이었어요. 지금은 대학생이 된 친구들이 있죠. 서로 연락하면서 지내는데, 정기적으로 쭉 만나게 되요. 아침 9시 30분에 출근해서 저녁 6시 30분에 퇴근해요. 문화의 집에서 기획하는 프로그램을 빼고 회계, 총무, 행사, 인사 관리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이제 업무가 바뀌었죠. 하지만 한 곳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고, 오래 근무하고 있어 일이 재밌어요. 저는 시골에 살아서 문을 열면 바로 논, 밭이 보였어요. 부천에서는 창문을 열면 바로 앞 건물 창문이 보였죠. 처음엔 답답했는데, 지금은 편의시설도 많고 젊은 사람들이 놀 거리가 많아서 많이 적응했죠.
 
문화의 집에는 어떤 아이들이 오나?
지속적으로 오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의 친구들이 오죠.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꼭 송내동이 아니더라도, 중, 상동이나 오정구에서 학생들이 오기도 해요. 그래도 지역 청소년들과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하죠. 마을에서 파트너를 맺기 위해, ‘송내동 사랑방’이란 곳과 함께 일을 해요. 송내중학교와 같은 지역 학교와도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고요. 새로 온 관장님이 그런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시죠.
 
부천에 청소년 관련 활동을 어떤가?
부천에는 활동을 잘하는 시설이 많아요. 외부에서도 인정을 받았죠. 고리울이나 산울림 청소년 수련관은 최우수 시설이죠. 문화의 집은 이제 꽃 피우는 단계인 거 같아요. 10년째 쭉 이어온 프로그램이 있는데, 청소년국토대장정과 청소년 팀프로젝트 나비효과 사회참여에요. 두 프로그램은 같은 해 시작해서 10년 째 하고 있죠. 올해 9월엔 설립 20주년 토론회와 심포지움을 여는데, 앞으로 기관이 어떻게 나갈지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기획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이 무엇보다 재밌게 함께 지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청소년 활동을 쭉 할 거 같은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부천에 사는 게 좋은데, 나이 들면 시골에 가고 싶을 거 같아요. 귀농해서 체험학습을 하고 싶단 생각도 했어요.
 
6개월 차 인턴 현랑, 마을을 보고, 듣고, 배운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현랑>
나이가 32살이라고 들었다. 인턴을 하기엔 조금 늙은 거 아닌지?
20대 중반을 지나서 사회 진입을 하게 되는 시기 즈음에 선택해야 되는 것은 ‘경력’ 을 쌓을 것인가? 아니면 ‘경험’ 을 쌓을 것인가? 인 것 같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의 방향성이 분명하게 보였다면 그 일을 하며 경력과 경험을 동시에 쌓았겠지만 그 당시에는 좀 더 경험을 쌓고 싶었던 거 같다. 사실 무엇을 해야 정말 행복할까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어서, 주변에서는 그런 거 답 찾기 어려울 거다 라고 얘기하곤 했지만 (하하) 좀 더 찾아보는 시간을 갖다보니 스물 여덟,아홉, 서른.. 어이쿠 벌써 서른 둘.
지나놓고 보면 어영부영 시간 보내지 말고 직장에서 일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다만 일단 세계여행을 좀 해보고 싶었다. 지구별 새로운 공간에서, 나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함께 여행하고, 친구가 되고 싶었다.
사막을 달리고 유적지에 서보고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헤메이며 자연과 문명을 만나고 소매치기도 당해보고 공항 유치장에 갇힐 뻔 하기도 하고 산꼭대기에서 죽을 뻔 하기도 하면서 성장(?) 하고 다른 나라 친구들과 공연도 하고 여행도 하고 홈스테이도 하면서 사람도 만나고.. 그 과정을 금년 2월까지 한 해 동안 9개국에서 거쳤는데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고 후회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네 가지. 노래하고 춤추고 여행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아쉬움은 남지만 부족함 없이 보내다보니 서른둘이 되었고 예전에는 프리랜서로 일했었는데 직장생활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이렇게 늦게나마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 중 생긴 약간의 빚도 갚아야 되고 하하) 인턴 치곤 늙은 거 아니냐고? 생각해보니 늙었다. 어이쿠 서른둘
 
어쩌다 부천에 오게 되었나?
특별히 의도했다라기보단 인연 따라 흘러들어왔다. 부천에 나한테 맞을 거 같은 일이 있다는 친구의 소개를 갑작스럽게 받고 면접을 봤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평이 꽤나 극명하게 갈렸던 모양이다. 한국에서는 괴짜 축에 속하는지라 (남미 사람들은 많이들 나 같더라) 그랬던 것 같은데 지나놓고 보니 그래도 뽑아줘서 감사하다.
살면서 보니 부천은 매력적인 동네다. 신도심과 구도심 그리고 마을의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고 진보적인 분위기도 있고 동인천용산 급행 전철도 있고 아! 피판도 있고 만화박물관도 있고 텃밭도 분양하고. 문화컨텐츠 쪽에 관심이 많아서 즐길거리가 많다.
 
인턴으로 일을 해보니 어떤가?
청소년 활동은 상당히 의미있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사회참여팀프로젝트 같은 경우 학생들이 직접 문제의식을 가지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작업인데 이런 기회조차없이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버린 나로서는 활동 하는 학생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열심히 돕고 있다. 활동 내용도 훌륭하지만 참여하는 자체가 참 아름답지 않나.
얼마전에 치뤄진 국토대장정도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정말 크게 변화되는 모습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었고, 인문학 강좌, 음악과 춤, 마을과의 만남 등 할 수 있는 일들이 아주 무궁무진하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변화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보람을 준다. 일단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좋다. 감동이 있다.
 
적게 버는데 경제적 어려움 없는지?
다행히 소비 수준이 낮다. 옷이나 가방 등 물건은 거의 사지 않는편이고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여행 가는데 주로 지출이 있는데 당장 세계여행을 갈 것은 아니니까 큰 문제는 없다. 사고 싶은게 많은 사람이었으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부천에서 사는 건 어떤가? 여행을 좋아하는데, 한 곳에 뿌리 내리는 삶이 의미가 있는지?
돌아갈 집이 없는 유목민의 삶부터 여행이 없는 정착민의 삶까지의 양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내가 위치해 있을텐데 무조건 유랑하는 삶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시절인연의 흐름에 따라 혹은 영혼의 흐름에 따라, 머물러야 한다면 머무르는. 떠나고 싶다면 떠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나의 욕구대로 살 수 있는 자유로움 그리고 나의 욕구에 반하는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유로움. 이런 자유로움 속에서 살고 싶다.
 
새로움이 좋아 여행을 다니는데, 지역에서 새로움을 만들 수도 있는지?
자연을 만나다, 예술을 만나다, 사람을 만나다 이 세가지 테마로 지난 여행을 바라보는데, 여행 속에 새로움을 불어넣는 방법을 구상중이다. 요즘은 베트남 평화기행을 기획중이다.
국내 여행도 다양하게 상상해보고 있는데 프로그램 이상의 ‘관계’ 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마을이란 말을 종종 사용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마을이 무엇인가?
우리가 좀 하드웨어 쪽으로 치중해서 건물 짓고, 만들고 하는데, 그런 식의 마인드를 조금 전환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건물이 필요 없단 말은 아니고,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마을을 이룬다는 건 사람들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아닐까. 상호간 네트워킹을 만드는 건데, 그게 마을 만들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인들이 마을에서 자율 방범대 활동을 한다. 새벽에 여성들이 밤늦게 귀가하면 혼자 위험한데, 집까지 안심 귀가 도우미를 한다. 이렇게 함께 활동하면서 관계가 형성되고 이런 활동들이 모여서 공익이 이루어지는, 그게 핵심이다. 난 지금 마을이 어떤 것인지, 주변에서 이야기 듣고, 배워나가는 과정인 거 같다.
 
동년배와 달리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가장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알고 싶은 마음, 좀 더 세상을 알고 싶은 마음, 나와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나를 이런저런 활동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싶다. 관심분야인 뇌과학에서는 의사결정에 우리 의식은 참여하지 않고 나중에 통보받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파격적인 견해도 있던데 인생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과 이성 이전의 방향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저 나의 인생을 긍정하고 사랑할 수밖에.
 
50살이 되어서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
미래의 그림을 도저히 못 그리지만, 새로움을 찾아다닐 거란 것,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찾아다닐 거란 것, 노래하고 춤추며 여행하며 수다떠는 삶을 살고 있거나 적어도 지향하고 있을 거란 것, 나의 행복과 공익이 상생하는 삶을 살거나 그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거란 것 정도의 기대는 하게 된다. 뇌와 영혼이 시키는 삶을 충실히 이행할 거란 것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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