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길에 만난 제자리 부천시 행정

 

 5년 만에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제대로 된 여름휴가, 지난 7월 24일 그토록 기다리던 제주도 여행에 대한 설렘을 안고 김포공항으로 가기 위해 ‘상동역 1번 출구·부천터미널 소풍·홈플러스 정류장’(이하 홈플러스 정류장)에서 8165번 버스를 기다렸다. 상동에서 김포공항으로 좀 더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기 위해 여행 며칠 전부터 도보용 내비게이션 앱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꼼꼼히 살폈는데, 모두 ‘홈플러스 정류장’ 에서 김포공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로 8165번 버스가 검색되었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을 새로 정비하면서 공항버스의 정류장 표지판이 생겼고, 노선도 역시 붙어 있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실시간 버스 도착 예정시간을 보며 30여분을 빗속에서 기다리는 중 드디어 8165번 버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승차를 위해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사이 버스가 그대로 정류장을 지나쳐 약 200m 떨어진 택시정류장 앞에 정차했다가 한 명의 승객을 내려주고 곧바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부천시는 버스 탓, 버스회사는 부천시 탓, 불편은 시민들의 몫

 문득 작년에 콩나물 신문에서 본 기사 「8165번의 비밀」이 떠올랐다. 택시정류장에 정차하는 공항버스에 대한 기사였다. 내리는 사람은 있지만 타는 사람은 거의 없고, 타는 사람에게 어찌 알고 타느냐고 묻는다는 8165번 버스.

 비행기 시간에 쫓겨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경남여객과 부천시청에 전화를 걸었다.

 경남여객은 지금까지 한 번도 ‘홈플러스 정류장’ 에 정차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했다. 현재 하차 하고 있는 곳에 공항버스 승하차장이란 표시가 없지 않느냐 하니 임시로 부착하지만 손실되었다면 어쩔 수 없으며 정류장 표시는 부천시에서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부천시청은 교통정보 시스템을 담당하는 곳을 연결해줬으며, 정류장의 전반적인 관리를 한다고 했다. 택시정류장에 8165번 버스가 정차하는 것은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 정차하지 않는 정류장에 왜 버스정류장 표시가 되어있는지 물으니 부천시에서는 8165번 버 스가 홈플러스 앞 정류장에 정차하기를 원하는데 버스가 서지 않는다고 했다.

▲ 택시가 많이 서 있을 경우 차도에 그냥 승객을 내려준다.

 부천시는 경남여객과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새로 설치한 ‘홈플러스 정류장’ 을 정차하지도 않는 8165번 버스가 정차하는 공항버스 정류장이라 표시 했다. 경남여객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정류장이 아닌 곳에 서의 승객 승하차를 금지하고 있고, 부천시에서 정류장에 정차하기를 요청하였데도 이를 무시하고 여전히 택시정류장을 버스정류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상동역 1번 출구·부천터미널 소풍·홈플러스 정류장’ 에는 서지 않는 8165번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과 시민은 무책임한 부천시와 이기적인 경남여객 때문에 나와 같은 불편을 여전히 겪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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