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복지관 사태의 피해당사자 조OO의 심경글 ①

 복지관에서 발표한 기자회견, 반박보도자료를 보았다.
 나는 임신 초기 이 사건을 보고했고 임신 7개월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 간의 시간동안 나는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로 계속되는 악몽과 설사로 인한 자궁수축. 탈수 증상..
 엄마를 최고로 아는 5살 딸아이가 나의 기분을 살피며 눈치 보며 행동하고, 뱃속에 있는 작은 생명은 시작부터 축복받지 못한 상황으로 엄마의 힘든 상황과 모든 감정 들을 오롯이 작은 몸으로 이겨내고 있다.
 내가 이 문제를 어렵게 제기한 것은 단 하나이다.
 난 떳떳하게 일하고 싶었고, 두 아이의 엄마로써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엄마로 살고 싶었다. 임신으로 인해 직장 내에서 일어난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바로 잡고 싶었다.
 그리고 5살 딸아이와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좀 더 좋은 사회를 알게 해주고 싶었다.
 난 잔 다르크도 아니고 투사도 아니다.
 사실은 이 상황이 누구보다 힘겹고 두려운 평범한 여성이다.
 내가 겪은 상황은 이렇다.

 사무실에서 부장님이 직원들과 농담을 했던 어쨌든 난 농담이라는 단어로 이 문제를 치부하고 싶지 않다. 내가 받은 충격과 공포는 농담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어울리지 않는 단어니까..아니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낀 감정을 조롱하는 단어이니까...
모팀장이 전해준 이야기는 “부장님이 어제 오셔서 가임기여성은 짤라야 한다고 했어요. 선생님 부장님 면접 볼 때 가정일로 피해 안준다고 했다던데..조금 있다 부장님 오시니 독대하게 생겼어요”라는 말을 직접 전해들었다.
 그리고 행사장에 나타난 부장님에게 찾아가 고개 숙이고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도 부장님을 만난 첫인사를 “죄송해요”라고 말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내가 왜 죄송해요 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당당하게 저 임신했어요! 라고 말하지 못했을까..그건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라면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그 후 부장님은 “얘기 들었어. 그럴꺼면 육아휴직을 다녀오지 말던가. 지금 돈 없어서 있는 직원도 자를 판인데. 조재화 선생 들어가도 난 사람 안뽑을꺼니까 알아서해. 안 그래도 어제 사무실에서 가임기 여성 자른다는 말을 했어...”
 지금까지 부장님의 표정, 말투, 분위기, 숨소리까지 너무도 생생하다.
 난 더 이상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고 어떻게 그 자리를 마무리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로지 그 순간만 생생하게 떠오를 뿐이다.
 나의 임신이 이렇게 축복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난 어떻게 직장생활을 이어갈 것인가.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내가 떳떳하고 당당하게 일을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걷잡을 수 없는 절망감에 괴로워하고 있을 쯤 무언가 이상했다. 두려운 마음에 화장실로 가보니 피가 비쳤다. 아...
 나는 이 상황을 팀 동료에게 전했고 이OO 선생님 내 표정과 안색을 살피더니 사무실에 들어가서 누워있으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날은 마무리 되었다.

 부장님의 발언을 문화센터에서 근무하는 동료들과 상의했고 동료들은 부장님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OO 선생님은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고, 여러 가지 말이 오갔다.
 그리고 나는 부장님의 발언에 대해 관장님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동료들도 동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팀 내에 의견이 갈라졌다. 다음 날 팀장님이 본인은 직급체계에 따라 부장님에게 보고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했고, 우리가 단체로 관장님을 만나는 것은 단체행동이고 단체행동을 할 경우 사표를 쓰고 만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시 팀 내에서 “부장님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 내가 부장님과의 문제 상황을 당사자에게 보고 한다는 것은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만 못하다. 그리고 부장님을 만나게 될 경우 나는 또 부장님에게 불려가 고개 숙이고,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한 충고와 오히려 내가 사과를 하는 이상한 상황,,, 난 눈물만 흘리다 올 것이다. 기관에서 일어난 일이고 이런 일이 재발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관장님에게 보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OO 선생님은 조OO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해야한다. 왜 관장님을 만나는 것이 단체행동이고 사표를 써야하는 일이냐며 팀장님과의 언쟁이 있었다.
 그 후 팀장님께 “나는 부장님을 만나서 상황을 이야기 했고 부장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부장님이 이 상황에 많이 화가 나있고 분노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다.

 4/23일 오후 나는 이OO 선생님에게 이번 일을 관장님께 알리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에 대한 어려움과 좌절감을 이야기 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관장님에 대한 신뢰를 이야기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관장님은 이번 일에 대해서 어떻게든 해결해주시리라. 난 관장님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다.
 나의 말을 들은 이OO 선생님이 “그럼 내가 관장님에게 메일을 보낼까”라고 했고 나는 “그럼 고맙죠”라고 답했다.
 그 후 이OO 선생님이 부장님의 발언과 사과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고,
일주일 후 관장님이 만나자는 연락을 주셨다. 너무 반가웠다. 이제 해결될 수 있으리라. 이 문제에서 나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 후 어렵게 관장님을 만나 그날 행사장에서 모팀장에게 전해들은 말과 부장님께 직접들은 발언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내가 전해들은 말은 “부장이 지금 암투병중이고 상황이 좋지 않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부장은 그런 말은 안했다고 하더라. 단 복지관의 재정이 어렵고 조OO 선생이 육아휴직을 다녀 온지 얼마 안됐으니 직원들에게 잘하라는 의미의 말을 했다고 한다. 부장이 팀내에서 자신을 대상화해서 이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 많이 화가나있다” 였다.
 그 순간 나는 하늘이 노랗게 변함을 느꼈다.
 내 말은 철저히 부정당한 셈이다.
 임산부인, 직급이 없는 평직원인 내가 무슨 이유로 기관의 최고 간부인 부장님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몇 일간 고민하며 관장님께 보고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관장님은 이 문제 대한 즉각적인 해결보다는 부장님의 건강상황과 부장님이 말한 의도는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 우리는 함께 가야할 사람들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오해를 풀고 서로의 상처가 아문다음 만나서 이야기 하는것이 좋지 않겠느냐. 나를 믿고 찾아왔으니 믿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난 실망스러웠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관장님께서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라는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상황이 계속 얽혀 나를 아직도 괴롭히고 있다.
 이 상황이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사실관계에 대한 진실게임 양상을 보이는 이 상황이 과연 끝나기는 할까?.....

 

▲ 7월 30일 원종종합사회복지관 앞에서 열렸던 '원종복지관의 성차별 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집회'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