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백에게 -

흔적의 척도

- 동백에게 -

 

시(詩) | 박혜숙

 

당신은 창을 보고 나는 그런 당신의 가슴에 붉은 멍을 보았지

다가서지 못하고 당신이 서 있는 밖을 보며

숨을 몰아쉬는 습관

그래,

붉어서,

둥근 멍울이어서 당신과 난 데칼고마니

당신은 신이 그린 그림이라면

안색을 살펴 주는 붓으로 어떤 볼화장을 할 것인지

미리 알아냈을 있었을까

터질 듯 말 듯 피어나

온전히 나의 내부만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싶어

이글거리는 당신의 통증을 짐작 못했다

사람의 일이 아니라서 흔들리며 서로를 모르는 척 당겨

색에 베이고 무릎을 접는

꽉찬 멍울이 슬퍼 보이는 건 기울어짐을 알기 때문이지

그 그늘 아래 내 그림자 생기는 것도 알아야 했어

흩어진 이파리처럼

이 삶이 다 가고 알아야 할 기억이 남았을까

오르막과 내리막의 붉은 빛깔로 고개를 들어

훅훅,

두 볼에 바람을 넣어 체온을 나누는

봄이다,

당신의 봄

나 또한,

이제야,

점점 기울어져 가며 조금은 붉게 철이 들 것도 같아서이다

 

 

 
▮프로필

인천 강화에서 태어나 서울 벤처대학원 사회복지상담학과 석사, 동 대학원 상담학 박사과정 중, 2006년 문예춘추로 등단, 타고르 탄신 146주년 문학상(우수상), 2009년 예술인 대상, 2010년 문예춘추 문학상, 2011년 부천 예술대상, 2012년 경기도 문학상, (사)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부지부장 역임, 현재 (사)국제펜클럽 회원,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예춘추 문인회 이사, 생명파 시인부락 동인, 복사골 시인협회 회장, 도서출판 책마루 편집인, 예술인 북카페&갤러리(라온제나) 아트 매니저, 시집으로 『아름다운 침묵』 『바람의 뼈』 『기둥의 구조』 『문장 비늘의 얼룩』이 있다.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