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백에게 -
흔적의 척도
- 동백에게 -
시(詩) | 박혜숙
당신은 창을 보고 나는 그런 당신의 가슴에 붉은 멍을 보았지
다가서지 못하고 당신이 서 있는 밖을 보며
숨을 몰아쉬는 습관
그래,
붉어서,
둥근 멍울이어서 당신과 난 데칼고마니
당신은 신이 그린 그림이라면
안색을 살펴 주는 붓으로 어떤 볼화장을 할 것인지
미리 알아냈을 있었을까
터질 듯 말 듯 피어나
온전히 나의 내부만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싶어
이글거리는 당신의 통증을 짐작 못했다
사람의 일이 아니라서 흔들리며 서로를 모르는 척 당겨
색에 베이고 무릎을 접는
꽉찬 멍울이 슬퍼 보이는 건 기울어짐을 알기 때문이지
그 그늘 아래 내 그림자 생기는 것도 알아야 했어
흩어진 이파리처럼
이 삶이 다 가고 알아야 할 기억이 남았을까
오르막과 내리막의 붉은 빛깔로 고개를 들어
훅훅,
두 볼에 바람을 넣어 체온을 나누는
봄이다,
당신의 봄
나 또한,
이제야,
점점 기울어져 가며 조금은 붉게 철이 들 것도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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