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대장들녘 생명포럼이 2차례 진행되었다. 지난 9월 17일에는 5차 생명포럼의 일환으로 생명의 땅 시흥 호조벌 탐방을 진행했고, 10월 2일에는 6차 생명포럼으로 ‘논습지를 지키면서도 지역발전이 가능하다’라는 주제로 박수택(정의당 생태에너지 부본부장, 전 SBS 환경전문기자)을 모시고 일본 도요오카 환경경제 사례와 비전을 듣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시흥 호조벌과 일본 도요오카 사례가 대장들녘 지키기 운동에 주는 중요한 메시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시흥 호조벌은 조선 경종 1년(1721)에 조선의 행정기관 6조 중 하나였던 호조(戶曹) 소속 진휼청에 의해 조성되어 ‘호조벌’이라고 한다. 당시 굶주린 백성을 위해 바다를 막아 제방을 쌓고 약 150만평의 농토를 만들었다. 300여년이 지난 지금 호조벌은 천연기념물 저어새 등 다양한 생물이 찾아오는 생명의 땅으로 남아있다. 호조벌도 대장들녘과 마찬가지로 도시화로 인한 개발, 불법 성토, 주거용 하우스 등 난개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시흥시는 환경마인드를 가진 걸출한 김윤식 시장의 리더십과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통해 호조벌의 생태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흥시는 호조벌을 미래세대와 야생 서식지를 위하여 국가적 중요성이 있는 거점으로 여기고, 시흥시의 랜드마크로서 수도권의 새로운 탐방여행지이자 바라지 관광축을 형성하는 데 목표를 설정하였다. 호조벌 시민자원을 육성하기 위해 호조벌 지속발전추진단을 모집하고, Eco-planner를 양성하고, 호조벌 생태자원화를 홍보하고, 호조벌 정책토론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호조벌 창의체험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호조벌 생태탐방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연꽃 산책누리길 조성, 호조벌 생태계 사계절 영상자료 구축, 호조벌 홍보관 조성, 호조벌 통행 높이 제한 차단시설을 설치하는 노력을 하였다. 최근에는 호조벌 생태자원화 핵심사업으로 「저어새 무논 만들기 프로젝트」, 「호조벌 생태원」 만들기, 「청소년 Eco-planner」 활동을 추진하고, 자연환경국민신탁과 협력하여  호조벌 시흥 에코 증권을 발행하여 시민과 기업의 모금으로 호조벌의 시민자산화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호조벌의 생태자원화는 현재 진행형으로서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을 꿈꾸는 시흥시와 시민의 야심찬 시만자산 만들기 과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호조벌의 사례는 미래 도시를 위한 시장의 환경마인드와 정책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조벌과 마찬가지로 대장들녘이 시민들에게 랜드마크적 생태자원으로 공감될 수 있도록 인식증진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논습지의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통합하는 접근이 필요하고, 환경보전과 더불어 시민들에게 지역발전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개발 추진은 민관협력 거버넌스 기반에서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대장들녘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시민인식 증진에 기반한 시민참여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 효고현의 도요오카는 8만 6천명의 소도시이지만 황새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자연의 텃새 황새가 자취를 감춘 1971년 이후 도요오카에서는 2005년에 시험 방사에 성공하였다. 도요오카 나카가이 시장은 1960년도 흑백사진에 담긴 책가방 메고 논길 걸어가는 어린이들 곁에서 먹이를 찾는 황새부부의 모습, 모래톱 발달한 하천 물길을 농부가 소를 앞세우고 가는 주변에서 황새가 떼로 모여 쉬는 풍경을 주목하였다. 행정의 책임자인 시장부터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농업이 주산업인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없음을 알고 생태계 회복에 나선 것이다.

 

 도요오카의 들과 강, 산이 황새의 쉼터, 먹이터, 집터가 될 수 있도록 행정을 펼쳤다. 겨울철에도 논에 물을 대 주고, 경작하지 않는 논을 비오톱으로 바꾸며, 논과 농수로, 개울로 물고기가 드나들 수 있도록 어도를 설치했다. 묵논 비오톱은 어린이들의 생태학습장 기능을 겸하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기대던 관행적인 농법도 바꿔나갔다. ‘황새 키우는 농법’이라고 이름 붙여 생산한 쌀은 ‘황새 키우는 쌀’이라는 상표로 일반 쌀의 1.6배나 비싼 값에 팔린다. 토목, 개발 사업도 황새를 배려하도록 이끌었다. 지역을 관통하는 마루야마 강 가운데 모래톱 16헥타르를 홍수 예방 차원에서 모두 파내려는 방재당국을 설득해 준설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 강 하류 둔치를 돋워 모두 농지로 확대하려던 계획도 바꿔 일부를 습지로 보전했다.

 도요오카는 황새를 극진하게 보살핀 덕을 톡톡하게 보고 있다. 황새 복원사업의 연구 겸 전시, 교육을 하는 ‘황새고향공원’에는 한해 탐방객 30만명이 다녀간다. 게이오대학과 도야마대학 연구 조사에 따르면 관광객 증대로 인한 경제파급효과는 10억 엔(한화 140억 원)이다. 지역 국내선 공항(다지마공항) 이름도 ‘황새-다지마공항’이 됐고, 특급열차도 ‘황새호’다. 지역의 유명한 온천 기노사키-오사카 간 노선버스 몸통에도 황새를 그렸다. 우주 정거장에 보급품을 실어다주기 위해 2011년 1월 22일에 발사한 무인 보급기 이름도 ‘황새호’로 붙였다. 제11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역의 마루야마 강 하류 유역과 주변 논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일본의 작은 지방 농촌 공동체가 황새 보호 하나로 국제적인 생태명소로 자리를 굳혔다.

 나카가이 시장은 도요오카의 시정 목표로 ‘환경경제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환경을 좋게 하려는 노력과 경제활동이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서로 자극을 주는 것, 다시 말해 ‘환경과 경제가 공명’하는 지역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지금 도요오카는 과거 1960년대처럼 어린이와 마주쳐도 놀라지 않던 황새가 있는 마을 풍경을 되찾았다. 황새가 논에 돌아오서 반갑고 기쁘다고 하는 데, 더 반갑고 기쁜 일은 아이들이 논에 돌아왔다고 한다. 아이들이 황새 키우는 유기농 논에서 마음껏 놀게 되고, 아이들이 있는 논이기에 더욱 아릅답고, 아이들은 황새 키우는 건강한 쌀로 밥을 먹으면서 황새 고향을 지키기 위한 미래세대의 자긍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일본 도요오카 사례를 들려준 박수택 선생님은 부천이 고밀도로 개발된 도시이지만 생명의 땅 대장들녘 지키기 운동을 시작으로 환경경제도시로 발전되기를 부탁하였다. 깨어있는 시민, 참여하는 시민, 실천하는 시민으로 시민환경 학습의 폭을 넓히고 수준을 높혀 수도권에서 모범이 되는 생태환경 경제도시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생태가 개발과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18세기 산업혁명시대에 존재하던 천박한 시각이며, ‘남들 다 하는 것 말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면 그것이 남는 거다’라고 하였다.

 우리 부천에 ‘시흥의 김윤식 시장, 도요오카의 나카가이 시장 같은 환경마인드를 가진 시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없는 것을 부러워하고 갈구하기만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된다. 부천에서는 대장들녘의 환경적 가치를 중요하게 인식한 우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장들녘 지키기 시민운동의 길을 넓혀 가면서 생태환경 경제도시로 발돋음 할 수 있는 부천만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대장들녘의 존재와 가치를 더 알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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