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내역 로데오거리 36년 역사 ‘현대화방’에서 만난 김덕영 조합원

 콩나물신문 조합원 인터뷰 한 꼭지를 맡았다. 김재성 조합원이 편집회의에서 ‘현대화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덕영 조합원 이야기를 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고민도 하지 않고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인터뷰 할게요”

 콩신문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경은 조합원은 김덕영 조합원과 부천남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30대를 훌쩍(?) 넘긴 민경은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현대화방’에 드나들며 미술 재료를 사왔다면서 깜짝 놀랐다. “덕영 언니가 현대화방 사장님 딸이었어?”

 

“샤프심 좀 주세요. 진하게 쓰려면 HB를 사야하나요, B를 사야하나요?”

김덕영 조합원과 신나게 이야기를 풀어가려던 찰나, 손님이 한 분 들어오셨다. 두리번거리더니 샤프심을 찾는다. 요즘도 샤프를 쓰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난 샤프심을 써본 게 언제였더라?

그리고 인터뷰를 하는 중간중간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화방 문을 두드렸다. 분무기, 아이들 실내화, 만연필 등 찾는 물건도 가지각색이다. 건강체조 자세가 인쇄된 종이를 여러 장 복사해달라고 하더니 인심 좋은 얼굴로 김덕영 조합원에게 한 장 건네는 아주머니도 계셨다. “내가 건강관리사인데, 운동 좀 해요. 근데 화장품은 뭘 쓰나? 내가 파는 화장품이 말이지~”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10여분이 넘어가도록 끝날 줄을 몰랐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본 나는 재미있다고 키득거렸지만 김덕영 조합원의 표정은...

 

1979년 양복점에서 현대화방으로

▲ 20년째 현대화방에 펜을 납품해오신 아저씨

“여기서 파는 볼펜, 사인펜, 만년필까지 현대화방에 있는 펜은 전부 아저씨가 납품하시는 거야. 아저씨~ 거래한지 20년 됐죠? 아우, 징글징글해. 시원한 커피 한 잔 드려요? 근데 이거 만년필 바꿔줘요. 재고 많이 남았다구요.”

송내역 로데오거리에서만 18년, 부천남부역 자유시장 간판 맞은편에서 18년, 현대화방 역사가 자그마치 36년이다.

“부모님이 처음 화방을 시작했던 게 1979년이야. 내가 그때 유치원을 다녔지. 부모님이 화방을 하던 그 자리에서 원래 양복점을 하셨어. 교복 납품도 하셨는데 교복자율화가 되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거지. 당시에 막내이모가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재료를 사서 팔기도 하고 그랬대. 근데 이게 제법 쏠쏠한 거야. 그래서 엄마한테 화방을 해보라고 했대.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온 거지.”

양복점을 하시던 부모님이 전혀 다른 업종의 사업을 시작하셨으니 어려움이 따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파란색 물감도 종류가 여러 가지잖아. 세루리안 블루, 코발트 블루, 울트라마린, 프러시안 블루... 나도 어려운데 엄마는 오죽했겠어?”

 

“일흔 훌쩍 넘은 부모님 쉬시라고...”

 

김덕영 조합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 만나 인터뷰하고 글을 썼다. 사람을 좋아해서 언제든지 연락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집을 나섰다.

▲ 사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정리하는 척하는 김덕영 조합원

“덕영 언니, 화방에 종일 앉아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궁댕이가 근질근질할 텐데?”

“나도 돌아다니고 싶지. 사람들 만나고 글 쓰고 싶지. 근데 현실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고집할 수 없잖아. 일흔 훌쩍 넘은 부모님 쉬게 해드리자는 생각이 가장 커. 예전에 학교 다닐 땐 용돈 벌겠다고 가끔 나와서 도와드렸는데...”

김덕영 조합원은 예년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인건비도 빠지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가다 얼마 전에 어머님께 ‘월급도 안 주냐’며 툴툴거렸다가 한 방 먹었다고 깔깔 웃어댔다.

“엄마한테 인건비도 안 주냐고 그랬더니 ‘야~ 니 새끼들이 먹는 게 얼만데!!’ 하면서 버럭하시더라. 푸하하~ 솔직히 할 말 없지. 엄마가 애들 봐주시는데, 채경이랑 서율이가 엄청 먹어 제끼거든.”

 

카운터 뒤에서 먹는 짜장면 ‘후루룩~’

 

종일 갇혀있는 김덕영 조합원에게 짜장면 한 그릇 사먹여야겠다 싶었다. 화방 바로 옆,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간짜장이 순식간에 도착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짜장면은 내가 사줄게.” 그러더니 언제든지 배고프면 들르란다.

오랜 시간 손을 타서 낡아 헐거워진 카운터 돈통 뒤에서 먹는 짜장면 맛, 상상이 되실랑가? (여기까지 기사 다 읽으신 분들 언능 저한테 메시지 주세요. 같이 현대화방 가서 간짜장 먹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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