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추석 명절 기나긴 연휴가 시작되었다. 예전 같으면 사람들 대부분이 고향 본가로 향하느라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릴 텐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모이지 말라는 나라의 “권고사항”으로 ‘때는 이때다’ 하는 생각이 들어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영남알프스, “간월재 1박”을 하기로 했다.

배내고개 주차장서 1박

9월 30일 점심 12시를 지나 집에서 출발했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 “배내고개”까지는 386km 정도 자가용으로 5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거리였고 중간 휴게소에 들렀다가 왔더니 6시쯤 배내고개에 도착했다. 전에 왔을 때는 주차장에서 텐트를 치는 사람이 많았는데 평일 저녁이어서인지 아무도 없었다. 구석 쪽에 차를 세우고 텐트를 꺼내 설치를 하니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달이 떠올랐다. 주차장이 산 중턱 고개 위에 있어 바람도 세고 추웠다.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면을 다 먹은 후 국물에 현미 누룽지를 넣고 다시 끓여 먹으니 구수하고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혼자서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별도 보고 달도 보고 달빛에 보이는 산도 감상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추워서 바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누우니 산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바람 소리도 들리고 조금은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5시간을 넘게 운전하고 온 피로가 몰려와 바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아침은 대충 먹고 텐트를 걷으니 간밤에 내린 서리가 어마무시하다. 텐트를 접어 1박 2일 배낭을 꾸리기 시작했다. 텐트, 침낭, 매트, 타프, 랜턴, 스틱, 의자, 식탁, 갈아입을 옷, 코펠, 버너, 물, 라면, 김치, 햇반, 행동식, 핸드폰, 등등……. 75L 배낭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넣으니 그런대로 폼이 난다. 그런데 들어보니.. 헉!! 20kg은 족히 넘는 것 같다. 배낭을 어깨에 매 보니 많이 무거웠다. 그래도 “간월재” 그곳에서 1박 하는 것~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인지 상관없었다. 목적지까지는 4.8km로 얼마 안 되니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내봉 찍고 간월재까지

배내고개를 출발하여 배내봉까지만 오르면 그때부터는 능선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걷는다. 그래서 배낭이 조금은 무거워도 갈만했다. 배내봉(966m)에 올라 반대편에 보이는 능동산-천왕봉-재약산을 쭉~ 둘러보고 기념 컷 한 장 찍고 다시 출발한다. 멋지게 펼쳐진 능선을 걸으며 감탄에 감탄. 우~와~우~와~ 감탄과 가끔 멍 때리기 하며 1시간 30분 정도 천천히 걸어가니 간월산(1,069m)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기념 컷 한 장 찍고 보니 1시가 넘었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사람도 많고 앉을 자리도 불편해서 배는 좀 고프지만 조금 더 가서 자리를 잡기로 했다. 조금 가니 풍경도 좋고 자리도 좋아서인지 여기저기에 앉아 밥을 먹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간월산 정상에서 간월재까지는 얼마 안 되는 거리이며 여기서부터 신불산까지는 억새로 쭉~ 펼쳐진 풍경이 너무 멋진 곳이다. 간월재에 거의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별로 늦지 않아서 “신불산”까지 갈까... 고민이 된다.

 

간월재에서 파멍하기

전망대 데크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저 너머 신불산과 멋진 억새도 구경하고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시간이 많이 가고 말았다. 그래서 본래 목적지가 간월재였으니 여유 있게 이 시간을 즐기자 결심하고 자리를 잡고 파하멍(파란 하늘 보며 멍 때리기) 하기로 했다. 빨리 텐트를 설치하고 싶었지만 간월재는 임도로도 걸어 올 수 있는 곳이라 억새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많아 텐트를 칠 수 없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니 관광하던 사람들도 차츰 줄어들고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간월재와 간월산 중간쯤에 전망 데크에 텐트를 설치하기로 했다. 내가 갔을 때는 벌써 한 분이 좋은 자리에 텐트를 설치하고 계셨다. 난 그다음 자리에 텐트를 설치했다. 조금 후에 부부가 와서 내 위쪽에 텐트를 설치한다. 오늘 밤은 이렇게 3팀이 같이 할 것 같다.

날이 지니 바람도 불고 더 추워지기 시작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저녁을 해결해야 했다. 오늘 저녁도 라면에 현미 누룽지이다. 먼저 자리를 잡은 분은 남자분 혼자이고 난 여자 혼자이고 위엔 부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추우니 자기 쉴드에 들어와 저녁을 함께하자는데…. 나는 왠지 밖에서 하늘 보며 별 보며 혼밥하고 싶어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저녁을 얼추 먹고 취사도구를 정리하고 밤마실을 나간다.

딜과 별이 보여주는 자장가

달 밝은 추석이라 달맞이하러 조금 더 위로 걸으며 저 멀리 산 아래 도시야경도 함께 보아서 좋았다. 그래~ 난 이런 시간이 왜? 좋을까.. 싶다. 남들이 혼자 간다고 들으면 10이면 10 다 무섭지 않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난 왠지 모르지만 무섭지 않다. 산에 오면 그냥 좋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요기조기 왔다 갔다 하다 추워져서 텐트로 들어갔다. 텐트로 들어가서도 별이 보고 싶어 자크를 여니 데크 위로 별이 보였다. 한참을 보다 깜박 잠이 들었는데 추워서 깼다.

자크를 닫고 그래 여기 오길 잘했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온다면 망설임 없이 또 떠나리라. 생각하며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도 좋은 아침을 맞이하고 하산을 했다. 추석 연휴 때를 생각하며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그저 산은 좋은 곳이라고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나이 50은 넘었지만 하고 싶은 걸 이루기에는 늦지 않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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