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기까지 3일이 남았다. 누가 내 시간을 통째로 훔쳐갔나보다.  ‘도대체 언제 가는 거야?’ 하다 보면 나처럼 3일 남겨두고 영혼을 미리 그 나라에 보내버리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내 첫 캐리어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만만하게 생각한 짐 싸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이게 맞나? 하는 생각에 바쁜 엄마를 계속 호출했다.  나는 특히 덤벙대는 스타일이라 뭐 하나라도 놓고 갈까 조마조마했다.

 

 엄마는 3일을 남기고 일처리를 하느라 한계치에 다다랐다. 멈추지 못하는 손가락과 비어버린 눈동자가 영락없는 프리랜서의 모습이었다. 일을 가지고 가는 건 끔찍하다고 하며 미친듯이 타자를 두드리는 모습. 그 모습은 어릴 때부터 무슨 일을 하든 프리랜서를 하겠다는 내 다짐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난 아직도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때때로 몰려오는 걱정들을 빼면 조금 들뜬 평소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엄마는 미친듯이 실감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건드리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때때로 몰려오는 걱정들은, '가서 너무 춥지는 않을지, 가서 큰 거 하나 잃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에 설렘을 느낄 새가 없다.

시간이 여유 있을 때는 마치 내일 가는 것 마냥 설레는 마음이었는데 며칠 남지 않으니 오히려 실감이 안난다. 내가 가는 거 맞나? 정말? 내가 한 달 동안 외국에 있는다고? 가능한 일인가? 정신이 멍해진다. 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믿고 싶어진다.
 음...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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