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행 기차와 아기

오늘은 2박 3일 동안의 짧은 독일 여정을 끝내는 날이다. 숙소에 있는 짐을 챙기고 어제도 그제도 걸었던 길을 걸으며 되돌아오는 길에는 마음이 싱숭생숭 어지럽다.

올 때에 비하면 내 작은 가방도 무게가 더해져 있다.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다시 네 시간을 달린다. 멀미를 걱정하며 기차를 둘러보는데 우리 대각선 뒤쪽에 귀여운 아가가 타고 있었다. 엄마 품에 안겨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브라운 머리에 가지런 하고 예쁜 눈썹 그리고 긴 속눈썹까지,,, 애니메이션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처럼 하나하나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기였다. 아장아장 걸을 나이 정도 되었으려나? 세상 모든 게 신기해 보일 나이다. 나도 지금 모든 상황이 신기하다. 다만 다른 점은 나는 모든 것에 일일이 놀랄만큼 에너지가 넘치진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길을 가다 보면 저 아이보다는 조금 큰 아이들이 유모차에 앉아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곤 한다. 처음보는 동양인이 꽤 신기한가보다. 그 아이들의 눈에서는 악의적인 것들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내가 신기하니? 나도 너희들이 너무 신기해'라고 생각하며 어른들은 모르게 씩 웃어주며 인사를 해 줄 뿐이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웃어주면 같이 웃어주곤 했는데 아직 외국 아가들은 내가 낯선가 보다.

어째든 기차에서 아기가 나를 한 번만 봐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바라본 결과 아기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고 4시간 동안 기차에서 아기에게 온갖 재롱잔치를 부리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 멀미는 하나도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그 귀여운 아기를 잊지 않고 고마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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