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을 기필코 내 방에 데려다 놓겠다

오늘의 목적지는 DOK center 도서관이다. ' 하..도서관이라니, 오늘도 저번 미술관처럼 지루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하지만 막상 들어간 도서관은 나의 걱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세상 태어나서 이렇게 감각적인 도서관은 처음이다. 어떻게 도서관을 이렇게 지을 수 있는지……. 칙칙했던 지난날의 도서관들을 떠올리며 더욱 감탄하게 됐다. 우리는 홀린 듯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놀았다.

도서관을 나와서 조금 이동한 곳에는 아이디어 샵이 있었다. 다양한 것들을 파는 곳에서 엄마는 키링과 엽서를, 나는 귀여운 책꽂이를 샀다. 그렇게 귀여운 책꽂이는 또 만나지 못할 것이다.

아이디어 샵 바로 옆에는 작은 카페가 있었는데 굉장히 특이한 곳이었다. 초코라떼에 진짜 초콜렛을 녹여서 먹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영어를 읽지 못했기에 아무 초콜릿이나 골라버렸고 결과는 꽝이었다. 결국, 내 초코라떼까지 엄마가 몽땅 먹어버렸지만, 그 카페는 아직도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내 운명의 가게를 만났다. 내가 오늘 델프트에서 다른 가게를 돌고 돈 건 모두 이 가게에 오기 위해서였으리라! 바로 네덜란드 집 모형을 파는 곳이었다. 모두 정교한 작업을 거쳐 너무 예쁠 뿐 아니라 실제 있는 집을 모델로 만들어 밑에는 그 집의 주소가 적혀있다. 엄마가 전에 네덜란드에 왔을 때도 한두 개 사가지고 온 곳이었다.

원래는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한두 개만 살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세트 바닥과 예쁜 장미탑 모형이 내 눈에 들어와 버렸다. 마치 ‘날 가져~’ 라고 아련하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나는 결심했다. 이 아이들을 기필코 내 방에 데려다 놓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세트 바닥까지 총 7개의 모형을 202유로나(한화 약 20만 원) 주고 샀다. 삼촌이 갈 때 쓰라고 준 20만 원을 한 방에 다 써버린 셈이었다. 그동안 아파서 맘 편히 하지도 못했던 쇼핑을 한 번에 질러버리니 속이 다 시원했다.

내 돈인지 모르는 직원들은 손 큰 손님의 등장에 기뻐하며 하염없이 말했다. “우와, 세상에!! 정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넌 정말 행운의 여자아이구나!”라며 말이다. 그리고 같이 모형을 사려다 기가 눌려서 얼떨결에 하나도 사지 않고 나와버린 엄마는 딸의 지출에 배가 아파서 기분이 한동안 안 좋았다.

그리고 나는 그날 그 모형들을 들고 집에 오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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