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고흐 박물관

오늘은 암스테르담에 간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빈 센트 반 고흐 박물관에 가는 것이다. 여행 오기 전 마지막 미술 수업이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거였기에 반은 호기심으로 반은 엄마를 따라서 가기로 했다. 박물관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말이다. 어..사실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거부감이 있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별생각이 없다. 입장하기 전 겉옷과 가방을 모두 맡기고 작품 설명이 담긴 헤드셋과 MP3(?)를 받았다. MP3에서 언어를 선택하고 그림을 골라 설명을 듣는 방식이었다.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작품 설명을 듣는데 세상에 이렇게나 재미가 없을 수 있나? 엄마는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나는 별로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

재미가 없고 흥미가 없으면 그 아무리 질 높고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가치가 없는 법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검이라도 검을 휘두를 줄 모르는 사람에겐 그저 철 덩어리와 마찬가지인 것처럼 말이다. 의지를 잃은 나는 의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조금 돌아다니며 엄마를 재촉했다. 엄마는 더 있고 싶다고 투덜댔지만, 엄마와 나는 취향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 점도 없지 않겠지만 본질적인 것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좀 더 나이가 들면 엄마의 취향이 이해가 될까? 하지만 그때가 되면 엄마의 취향은 또 바뀌어 있을 것만 같다.

드디어 지루했던 시간이 지나고 박물관을 떠나기 전 기념품을 사는 곳으로 간다. 빈 센트 반 고흐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해바라기'와 '꽃 피는 아몬드 나무' 위주로 엽서와 손수건 등등이 있었다. 딱히 사고 싶은 게 없었던 나는 해바라기 엽서를 구경하다 미술쌤이 생각나서 해바라기 엽서 한 장을 사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엽서도 하나 살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재미는 없었어도 나중에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니 말이다. 음.. 그렇지만 나중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만약에 다시 그 박물관에 가게 된다면 꼭 기념품을 사 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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