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 “난 새우다아아앜!!!”

12월 19일에는 Gemeentemuseum 국립 미술관에 갔다. 미로처럼 되어있는 구조에 여러 가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파트와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딱딱하고 조용하기만 한 박물관이 아니라 신기하기도 했고 사진을 정말 많이 찍은 곳이기도 했다.

20일에는 비넨호프 국회의사당 주변을 걷고 Mr. bap이라는 한인 식당에 찾아가서 거의 한 달 만에 떡볶이와 김밥을 먹었다. 사실상 외국 식재료로 떡볶이의 맛을 흉내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추억을 회상하기에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21일에는 네덜란드에 도착해 물갈이로 고생한 까닭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암스테르담에 다시 갔다. 암스테르담역에 내려서 요르단을 향해 걸었다. 사실 우리는 그 날 엄마가 가고 싶다던 프리마켓에 갔어야 했는데, 길을 잘 못 찾아서 유명한 암스테르담 농산물 직판장 구경만 했다. 시장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곳이 시장인 줄도 몰랐을 거다. 한국 시장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생선 비린내와 시끌시끌한 특유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어서는 입구에는 온 가족이 해물 튀김을 해주는 곳이 있었는데 풍겨오는 바삭한 튀김 냄새에 이끌려 엄마가 사랑하는 오징어 튀김과 내가 애정하는 새우 튀김에 칠리소스를 주문했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무사히 주문을 마친 다음에 조금 기다리자 손바닥 크기의 종이 그릇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튀김 두 개가 나왔다.

아…. 그것은 장담하건대 내가 먹어 본 새우튀김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한국의 새우튀김은 튀김 반 새우 반인 것 같은 기분 탓인지 아닌지 모를 애매한 크기에 한입 물면 금세 입안에서 사라져 버리곤 했는데, 이 튀김은 달랐다. 굳이 먹지 않아도 얇은 튀김 껍질 속 영롱히 비치는 저 오동통한 살이며 갓 튀겨내 한입 물면 느껴지는 바삭함. 그 얇은 튀김 옷에 감탄하기도 전에 안에서 그새를 못 참고 튀김옷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튼실한 살은 내 입안에 행복을 가득 안겨주었다. 평소 해산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그 새우 튀김과 오징어 튀김은 맛있다는 말로는 다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맛있었다.

추가로 새우 튀김의 맛을 말로 좀 더 설명하자면 한국 새우튀김은.

“튀김,” “나…. 새우야.”

이런 느낌이라면 네덜란드 시장에서 먹은 그 새우튀김은.

“튀김!” “난 새우다아아앜!!!”

이런…. 느낌이랄까?

그렇게 우리는 한 손에 튀김을 하나씩 들고 시장길을 따라 걸었다. 예쁜 크로스백을 발견해서 세트로 하나씩 사고 냄새가 조금 고약한 치즈도 구경했다. 길 중간에는 영화처럼 성가대 사람들이 찬양가를 부르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끝에 다다른 우리는 뭔가 허전함에 다시 돌아가는 길에 튀김을 한 번 더 먹기로 했다. 아까 주문을 받아준 아줌마가 “your Again?”( 또 왔어요?)라고 물어서 조금 민망하고 배가 불러서 아까처럼 우걱우걱 먹진 못했지만 한 바퀴를 돌고 먹어도 맛은 여전했다.

그리곤 길을 따라 강을 보며 계속 걷다가 지난번에 들렀던 카페에 다시 가서 또다시 초코칩쿠키와 핫초코라떼를 먹었다. 초코칩쿠키는 여전히 맛있었지만 핫초코를 다시 먹은 나는 그냥 그 날의 분의기가 이 핫초코를 더 빛나게 해줬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날의 암스테르담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좋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가방은 네덜란드에서 샀지만 메이드인 이태리였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와서 신나게 기념품을 샀는데 알고 보니 중국산이라면 이런 기분일까? 그래도 왠지 이탈리아도 갔다 온 기분이라서 나쁘진 않았다. 가방의 끈을 줄일 수도 없는데 쓸데없이 긴 걸 보고 날 위한 가방은 아니었던 건가 싶어서 조금 괘씸하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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