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 숲도 보여야 ‘더’ 가고 싶어진다

 

 

  얼마 전 오랜만에 대형마트에 갈 일이 생겨 들리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요즘 어떤 물건들이 있나 궁금하기도 해서 매장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주로 이용하는 재래시장은 동선이 일직선이라 쭉 가며 좌우만 보면 되는데 마트는 바둑판 동선이라 한눈에 보이지 않아 이길 저길, 이층 저층 돌다 보니 옷도 사고 싶고, 가구도 필요한 것 같고, 전자제품도 눈에 들어오고, 빵도 먹고 싶어지더군요. 돈만 있다면 정신없이 카트에 가득 물건을 담았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마트 밖을 나와 길을 가는데 문득 방금 전에 그렇게 사고 먹고 싶던 생각이 전혀 안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 했지요. ‘어떤 물건을 실제로 보면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라는 뜻의 사자성어가 강하게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험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숲 활동하는 친구들도 유사한 것 같습니다. 숲과 산 등 자연이 보이는 곳에 거주하는 부모와 아이들의 참여율이 자연이 거의 보이지 않는 도시 한복판의 아이들 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참여하는 차이가 나는 것은 견물생심의 환경 차이라 생각해 봅니다.

 

도시의 삶은 ‘인공적’이고 ‘소비적’

 

  요즘 도시 아이들의 대부분의 생활공간은 집, 학교, 학원, 마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잠깐 짬이 난다면 골목, 놀이터, 작은 공원 등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인공적’이고 ‘소비적’인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학교가 만들어 놓은 교육 체계, 부모가 만든 생활 체계, 마트가 만든 소비 체계 속에서 아이들은 모방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 갑니다.

  이 인공적이고 소비 지향적인 환경은 아이들이 행복을 인공적인 것을 소비하는 것에서 찾을 확률을 높이며 대자연과 인간의 자연적 체계를 보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타인과의 소비 비교로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과 자기 주도적 작은 성취가 주는 행복을 느낄 기회를 상실하며 삶의 질이 저하되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환경은 소비 체계가 아닌 생산하는 체계로 아이 스스로 자연을 관찰하고 발견하는 능동적 환경입니다. 자기 스스로의 동기로 인한 활동은 남과의 비교가 아닌 자신의 느낌에 집중하게 하여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런 자기 주도적 태도는 자아존중감을 향상시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합니다.

 

아이에게 자연의 생산적 체계를 경험시키자

 

  숲, 강, 바다 등 자연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는데 도시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접할 시간과 공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발전이란 이름으로 도시화된 세상에서 자연과 점점 멀어져갈 때 인류의 미래라는 장기적 고민은 둘째로 치더라도 지금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학교-집-학원-마트를 돌며 도시가 원하는 삶을 살면 아이들은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집-직장-마트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하는 여러분의 삶은 어떠신가요?

 

  지금 밖에 산이 보이지 않으시거나 생활 동선에 자연물이 부족해 생명이 느껴지지 않으신다면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지 못하는 불행한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한 달에 한번이라도 가족과 인근 산이나 공원이라도 가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글·사진 | 정문기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첫번째 금요일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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